페어리랜드 1 -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상상을 하곤 한다. 나에게 혹시 숨겨진 초능력이 있는 건 아닐까, 어딘가에 정말 초능력을 가진 자들이 살고 있진 않을까. 해리포터에 한창 빠졌을 때는 마법학교에 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유치하지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페어리랜드 표지와 삽화를 보면서 나는 해리포터를 떠올렸다. 초등학생 때 이 책이 재미있다는 데 너도 읽어볼래?하고 엄마가 사주셨던 책. 사실 안경 끼고 멋지다고는 볼 수 없는 해리포터에게 어린마음에 끌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선물이라면 그저 좋아하던 시절이었기에, 우선 구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해리포터를 읽어볼까? 재미없으면 바로 덮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펼쳤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정말 해리포터에 푹 빠져버렸다.

 

 페어리랜드도 마찬가지였다. 표지와 삽화를 보면 호기심이 생기긴 하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 속의 페어리랜드에 빠져들게 되면서 비룡, 아니 비도(엄마 비룡과 아버지 도서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상상력이 대단하다)와 셉템버와 새터데이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는 삽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해리포터를 보면 떠올리는 그 해리포터의 모습처럼 말이다.

 

 페어리랜드의 주인공 셉템버는 평범한 열 두 살 아이이다. 아버지는 전쟁의 군인으로 가셨고, 어머니는 비행기의 엔진을 고치는 일을 하신다. 그래서 항상 집에 혼자 있는 셉템버는 자신의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런 셉템버를 가여워한 초록바람이 작은 산들바람 표범과 함께 그녀를 찾아와서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책을 좋아했던 셉템버는 이런 식의 모험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고 있는 영리한 소녀였고, 초록바람과 함께 페어리랜드로 향하게 된다.

 

 

"나와 함께 떠나지 않을래, 셉템버?"

 

 초록바람의 유혹으로 셉템버는 험난한 모험을 하게 된다. 모든 모험기가 그렇듯이, 따라가는 독자인 나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었다. 이게 뭐지? 하지만 셉템버가 페어리랜드에 서서히 적응해가는 것처럼, 나 또한 그들의 세계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고, 점점 그들의 모험과 셉템버라는 소녀의 매력이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특히 모험에 있어서 필요한 필수 요소인 친구들과의 만남, 친구들만큼이나 중요한 악당의 모습.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고, 재미를 주기도 한다. 또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셉템버, 비도인 엘, 토요일을 뜻하는 새터데이, 잘가요 마녀와 안녕하세요 마녀, 멜로 여왕 등 뭔가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것 또한 재미있다. 시간과 꿈에 대한 것들에 대한 의미도 정말 좋았고!

 

 어린왕자가 여러 행성을 다니며 배움을 얻듯이, 도로시가 친구들을 얻고 용기를 얻듯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나라인 페어리 랜드에서 여행을 하게 되는 스토리는, 정말 작가가 기발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놀랍기만 하다.

 

 셉템버는 세상 사이를 잇는 벽장을 통해 페어리랜드에 가게 되고 마녀와 인간늑대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과 대화를 하다가 후작에게 빼앗긴 잘가요 마녀 스푼을 찾아 주기로 약속하게 된다. 그리고 셉템버는 후작이 있는 팬더모니엄시로 향하게 된다. 가면서 비룡과 도서관 사이에서 태어난 비도이 을 만나게 되는데, 비도는 정말 내 맘에 쏙 드는 캐릭터였다. 엘은 페어리랜드에 있는 할아버지인 시립도서관을 찾아가려고 하는데, 후작의 규제로 인하여 날개에 자물쇠로 사슬을 걸어두어 날지 못하는 비도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가득하고 친구인 셉템버를 지켜주려 여행도 함께하는 사이가 된다.

 

 

“이쪽은 제 동행이에요. 제 소유의 비도예요.”
셉템버는 급한 대로 둘러댔지만, 멋대로 자기 소유라고 말한 게 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길 바랐다.

엘이 문을 넘어가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네 소유라고 했던 말 진심이 아니었다는 거 알아.”
엘은 꼬리를 휘저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난 네 소유여도 괜찮을 것 같아. 너도 내 소유가 되면 되잖아! 그럼 우리 둘이 재미난 게임을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도착한 페어리랜드, 그리고 만난 후작. 멜로여왕이 있던 시절은 모두가 행복했으나, 후작이 등장하면서 인간세계처럼 규제와 관료체제가 들어왔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규칙대로만 살아야한다. 그런 후작은 무서웠고 비도에게 위협을 가하겠다며 세터데이를 협박하며, 가을지역의 털실숲에 있는 유리상자 속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한다. 비도를 구하기 위해서 셉템버는 후작의 명령을 따르게 되지만, 끝까지 저항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힘들어 한다. 하지만 그런 셉템버를 응원해주는 것은 역시 친구인 엘이었다. 그리고 후작이 가둬두었던 바다요정족인 소년, 새터데이를 구하게 된다. 새터데이는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이 있는데, 소원을 빌기 위해서는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했다. 어쨌든 셋은 함께 가을 지역으로 향하게 된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누가 날 비난하면 난 견디기 힘들어. 하지만 네가 혼이 나야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면 기꺼이 널 혼내줄게.”

옆에서 새터데이가 거들고 나섰다.

“셉템버, 넌 날 가둬둔 우리를 부쉈어.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용기를 내서 해준 거야. … ”

 

 

 이렇게 셈템버를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는 든든한 친구들과 함께 가을지역으로 향하는 것 또한 무척이나 재미있다. 자전거 떼를 야생짐승으로 표현하여 그들의 포획하면 탈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읽다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놀라게 된다. 그리고 가을지역에서의 시련들. 과연 셉템버는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고, 또 후작이 가져오라고 한 유리상자 속의 물건은 무엇일지, 왜 후작은 그것을 셈텝버에게 가져오라고 한 것인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셉템버의 페어리랜드 모험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할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작은 요소 하나하나마다 쓸모가 있고 마지막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 또한 이 책을 허투루 읽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다. 셉템버의 기억을 따라 쫓아가는 열쇠, 셉템버의 구두, 그리고 어머니의 칼. 정말 놀람의 연속이었다.

 

 페어리랜드의 모험은 신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시련도 힘들고, 반전도 상상 이상이다. 그렇지만 셉템버와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보면 마지막에 책을 덮을 때,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할 것이다.

 

 더운 여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페어리랜드를 펼친다면, 셉템버와 그의 친구들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잠을 자는 순간조차 기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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