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 100엔 보관가게라, 보관가게라고 하니 떠오르는 것은 전당포. 전당포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저씨의 원빈(+_+)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생각해보니 전당포는 물건을 맡기는 대신 물건주인에게 돈을 줘야하지만, 여기 하루 100엔 보관가게는 가게주인에게 100엔을 주고 물건을 맡기는 곳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라고 하면 뭔가 우중충하기도 하고 뭔가 슬프기도한 느낌이 들었는데, <하루 100엔 보관가게>를 읽으면 얼마나 따듯해질수 있는 곳인지, 물건을 누군가에게 보관하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위안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아, 공통점이라면 <아저씨>의 전당포 주인과 <하루 100엔 보관가게>의 주인은 둘다 꽃미남. 후훗.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기리시마 도오루가 운영하고 있는 하루에 100엔을 받고 물건을 보관해주는 가게는, 물건들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랄까 고민들까지 보관해주는 곳이다. 기리시마 도오루는 어릴 적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고, 그 이후에는 부모님과 헤어져 혼자 살아온 외로운 미소년이다. 우연한 계기로 하루 100엔 보관가게를 운영하게 되었고,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물건을 맡기러 온 사람들의 목소리와 향기, 이름 등을 정확히 기억하고 그들이 물건을 되찾으러 왔을 때 돌려준다. 어떤 물건을 맡기는지 알 수 없어서인지, 물건을 맡기러온 사람들은 그런 보관가게 주인을 신뢰하고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힘든일과 고민들을 털어놓게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가족과 친구에게 하지 못했던 고민들은, 자신을 보지못하는 기리시마 도오루가 그저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안을 얻게 된다.

 

 저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물건과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 일을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는지도 모르죠. p.182

 

 어둠을 견디고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고, 고독을 견디고, 제멋대로인 손님을 견디고, 지금은 이렇게 소음을 견딘다. 그는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받아들임이 그의 인생 전부로 보인다. 아직 젊은 그가 그런 인생을 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p.120

 

 하루 보관가게의 주인인 기리시마 도오루의 얘기와 물건을 맡기러 온 각자의 사람들의 사연이 어우러져, 감동과 웃음을 준다.

 또 이 책의 매력은 보관가게 주인이 아닌, 사토라는 단어를 물들인 포렴이나 물빛 자전거, 유리진열장, 그리고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전개가 되는게 그게 색다름을 주면서도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사람이 아닌 사물과 동물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무척 좋았달까.

 특히 고양이 주인님!!!!!!!! 마지막 에필로그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주인과 세계가 같아졌고, 그 세계가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걸 알고 주인이 행복할 것이고 그래서 안심하는 고양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조그마한 가게. 거기에 있는 주인과 고양이.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고양이가 이루어지길 바라듯, 지켜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리시마 도오루의 사랑! 비누아가씨와의 인연이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원빈이 결혼했듯이 기리시마 도오루도 비누아가씨와 결혼하기를.....) 어쨌든! 기리시마 도오루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함께하는 고양이도 있고, 뭐, 이제 함께 할지도 모르는 비누아가씨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드니 왜이리 울컥해지는지. 시리즈로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

 

 

에필로그 중 ▼

 

그날부터 나는 일어나 있는 동안 계속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매일매일 바라보았다.
절대로 잊지 못할 정도로 보고 또 봐서, 언젠가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이 세상에 냄새와 소리만 남았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괜찮다. 맛도 느끼고 만졌을 때의 느낌도 있다.
잃는 것은 빛뿐이다.
이걸로 주인과 세계가 같아졌다.
바람을 느끼면 포렴이 흔들리는 것을 상상하고, 달콤한 냄새로 맛있는 음식을 상상한다.

주인이 있는 세계에 와보니 이곳은 실제 세계보다 조금 더 아름다웠다.
매우 평화롭다. 주인도 행복하다는 걸 알고 나는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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