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1 - 광해군의 누이, 정명공주 이야기
유광남 지음, 김이영 원작 / 미래플러스미디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누군가를 믿고 신뢰하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다. 나 스스로도 믿지 못할 때도 있는데 어찌 남을 확실히 믿을 수 있을까? 만약 믿었던 상대가 나를 배신을 했다고 한다면, 더 커다란 충격과 상처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처와 불안이 쌓이고 쌓여 회복되지 못할 아픔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여기 수많은 상처를 받아온 왕이 있다.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주위에선 맞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신하들은 반대한다. 왕이지만, 누구보다 고독했고, 누구보다 상처 받았으며, 외로운 왕. 하지만 백성을 사랑했고, 누구보다 형제를 사랑했던 왕, 바로 광해이다.

 

 화정은 광해의 누이동생인 정명공주를 보여주는 책이다.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스토리를 책으로 풀어내서 그런지,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정명공주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이 사랑스러운 공주는 광해를 오라버리나 부르며 따르고 오라버니를 위로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 둘만 있을 때만. 그때는 원 없이 나를 오라버니라 하거라. 알겠지?”

정명공주가 반색하며 되물었다.

“정말, 그래도 됩니까?”

광해군은 흡족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명아, 넌 언제까지 이 오라버니를 신뢰하니?”

광해군이 왕의 신분을 떠나서 물었다.

“영원히요!”

“정말로 영원히 날 신뢰한다는 말이냐?”

“그러믄요.”

 

 

 아버지에게 배신당하고, 믿었던 형제에게 배신당했으나. 이토록 자신을 믿어주는 정명이 있어서 광해는 얼마나 위안이 되었을까. 이렇게 서로를 아끼는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주위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하여 서로 아파해야만 하는 운명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1권에서는 임진왜란으로 인한 조선의 상황과 오히려 임진왜란이란 전쟁으로 인하여 광해가 세자가 될 수 있었던 것, 전쟁이 끝난 뒤의 광해군의 상황과 아픔들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정명공주의 사랑스러움에 빠지는 것보다, 광해의 아픔과 외로움에 더 빠지게 된 것 같다. 이토록 처절하고 외로운 왕이 있었을까!

 

 

 임진왜란이 발생하고 선조는 자신이 살고자 광해를 세자로 책봉하게 된다. 광해를 전쟁터로 보내고 자신은 도망을 가는 것이다. 광해는 자신이 세자가 되었으니, 나라와 백성을 위해 싸우기로 한다. 광해군은 세자의 신분으로 임진왜란에 처절하게 항전했다. 견디고 견뎌서 돌아온 궁, 자신을 반기는 백성들이 있었지만, 그의 아버지 선조는 광해를 반기지 않는다. 나쁜 왕이자 나쁜 아비였던 선조는, 자신이 아닌 광해를 칭송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으며, 광해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불신으로 가득한 상대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진심으로 광해를 세자라고 생각해서 책봉한 것이 아니니, 선조가 얼마나 광해를 받아들이지 않았겠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해는 세자로써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선조뿐만이 아니라 명나라 또한 광해를 세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선조는 임진왜란이 끝난 후 왕비 소성을 맞이하여 정명공주와 영창대군을 낳았고, 적통자인 영창대군이 있음으로 광해는 항상 불안함을 느끼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세자였지만, 세자이지 못했고, 그러기에 더 고독하고 외로웠던. 그의 아픔과 불안이 느껴지면 마음이 아팠다.

 선조가 자신을 어쩔수없이 세자로 책봉했다는 것을 안 광해는 처음으로 울게 된다. 그런 광해를 본 나인 김개시는진정한 세자가 되시어요.” 라고 말한다.

진정한 세자가 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세자 저하가 왕위에 오르기 위한 길은 오직 하나이옵니다. 인내하십시오! 절대로 경거망동하시면 아니됩니다. 어느 순간에서도 참고 기다려야 하옵니다. 왕권을 차지하실 때까지 낮게, 또 낮게 임하소서.” 광해는 김개시의 충고에 따라 십 육년 동안이나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기다려 왔다.

 

“나는 지난 십육 년간을…… 버텼습니다, 대감. 언제고 이 나라의 왕다운 왕이 되기 우해서! 짓밟힌 조선을 일으키고 내 백성을 지키는 왕이 되기 위해서! 나는 단 한순간도…… 그 다짐을 잊은 적이 없어요."

 

 이렇게 힘들게 세자로 살아온 광해는 힘들게 왕이 된다. 왕이 되었으나 생각보다도 더 어려운 일들이 생겨나게 된다. 믿었던 형제의 배신, 그리고 영창과 정명을 죽일거라는 의심들, 광해를 받아들이는 신하들보다 반대하는 신하들이 많았고, 백성을 위한 일을 하려고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 난 이렇게 처절하게 외로운데 그들은 왜 내게 이리도 잔인한가.

 

 이런 상황속에서 광해 또한 비밀리에 행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또 의심을 받게 되고, 누구도 믿지도 믿을 수도 없는 외로운 왕이 되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인목대비는 자식들을 지키고자 어린 공주를 결혼시키려고 한다.

 

 토정 이지함과 격암 낭사고가 예언한 왕실의 재앙은 무엇인지, 어린 정명공주의 부마는 강인우와 홍주원 중에서 누가될것인지, 또 광해군에게 어떤 위기가 있고 어떤 정치를 하게 되는지, 욕망에 눈이 먼 이이참이 또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2권을 궁금하게 한다.

 

 

 

인상 깊었던 대사

 

 “하지만 얘야, 그렇다 해도 잊지는 말거라. 야만과 불의에 승리를 내준 것은 인간이나 다시 그것을 되찾을 수 있는 것도 그들이니! 하늘의 뜻보다 강한 것은, 사람의…… 의지라는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