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TV에서는 심각한 사기라며 보도되는 걸 보게 되더라도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이는 저자 역시 그랬다.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 생각했고 그저 전세로도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이 생겨서 그저 행복하기만 했었다. 그게 곧 자신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줄도 모른 채.820일동안의 기록이란 말이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그 힘든 나날들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의 나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참 고역인데, 하물며 저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가 역시 홀로 긴 투쟁을 해와서 너무나도 지치고 힘들고 외로워했다. 그런 감정들이 글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145p.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몸뚱이 하나뿐이다.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재산은 바로 자신의 몸뚱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 문장이다. 실제로 평소에 나도 종종 품어왔던 생각이기도 했다. 일단 이 사람 몸뚱어리가 있어야 돈을 벌든 생활을 하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살아가기 위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야 된다는 게 참 고달프게 느껴진다.176p.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을 때, 깨어나기 싫어서 몸이 수면 시간을 늘린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파일럿을 꿈꾸며 훈련비 마련에만 매진했던 작가의 삶을 보면서 공감이 되면서도 탄식이 나올 정도로 내가 다 마음이 아팠다. 꿈을 위한 소중한 돈을, 사기꾼들로 인해 전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가 됐음에도 작가는 기꺼이 꿈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다 포기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작가 역시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고 또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213p. 우리는 신세를 한탄하며 술김에 같이 호숫가에 빠져 죽자는 말도 했지만, 사실 그럴 만한 용기도 없었다.이렇게까지 공감가는 문장들을 적어준 작가는 이 책이 처음이다. 어떻게 나 역시도 가장 힘든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인지. 정말 우연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나도 수없이 스스로 삶을 포기할 생각을 몇 번이고 한 적이 있었다. 신은 사람에게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만 시련을 주신다는데 나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시련만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야속하기도 하고 힘겹기도 해서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오뚜기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섰다. 작가처럼 당장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떠나기는 아깝다고, 그리고 이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올라와서 지금까지 나를 살게 한 것이다. 살고 있어서 또 한 번 시련을 겪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말이다.222p. 한번 박살 난 멘탈은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이 책의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바로 위의 문장이 아닐까 싶다. 박살이 났어도 어떻게든 괜찮다며, 다시 이겨낼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혹은 주변의 연민과 위로를 들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크게 박살난 멘탈은 좀처럼 회복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다른 것들은 포기해도 꿈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작가는 결국 배타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언제쯤 돌아오실지는 모르겠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진심으로 작가님이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간절하게 느낄 정도로 말이다. 그때는 그 모든 힘든 일들이 다 해결이 되고 꿈을 향해 날아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