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최지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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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TV에서는 심각한 사기라며 보도되는 걸 보게 되더라도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는 저자 역시 그랬다.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사건이라 생각했고 그저 전세로도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이 생겨서 그저 행복하기만 했었다. 그게 곧 자신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줄도 모른 채.

820일동안의 기록이란 말이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그 힘든 나날들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의 나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하루하루가 참 고역인데, 하물며 저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가 역시 홀로 긴 투쟁을 해와서 너무나도 지치고 힘들고 외로워했다. 그런 감정들이 글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145p.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몸뚱이 하나뿐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재산은 바로 자신의 몸뚱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 문장이다. 실제로 평소에 나도 종종 품어왔던 생각이기도 했다. 일단 이 사람 몸뚱어리가 있어야 돈을 벌든 생활을 하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살아가기 위해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야 된다는 게 참 고달프게 느껴진다.

176p.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을 때, 깨어나기 싫어서 몸이 수면 시간을 늘린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파일럿을 꿈꾸며 훈련비 마련에만 매진했던 작가의 삶을 보면서 공감이 되면서도 탄식이 나올 정도로 내가 다 마음이 아팠다. 꿈을 위한 소중한 돈을, 사기꾼들로 인해 전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가 됐음에도 작가는 기꺼이 꿈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다 포기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작가 역시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고 또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213p. 우리는 신세를 한탄하며 술김에 같이 호숫가에 빠져 죽자는 말도 했지만, 사실 그럴 만한 용기도 없었다.

이렇게까지 공감가는 문장들을 적어준 작가는 이 책이 처음이다. 어떻게 나 역시도 가장 힘든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인지. 정말 우연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도 수없이 스스로 삶을 포기할 생각을 몇 번이고 한 적이 있었다. 신은 사람에게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만 시련을 주신다는데 나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시련만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 야속하기도 하고 힘겹기도 해서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오뚜기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섰다. 작가처럼 당장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렇게 떠나기는 아깝다고, 그리고 이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올라와서 지금까지 나를 살게 한 것이다. 살고 있어서 또 한 번 시련을 겪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222p. 한번 박살 난 멘탈은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책의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바로 위의 문장이 아닐까 싶다. 박살이 났어도 어떻게든 괜찮다며, 다시 이겨낼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혹은 주변의 연민과 위로를 들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크게 박살난 멘탈은 좀처럼 회복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

다른 것들은 포기해도 꿈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작가는 결국 배타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언제쯤 돌아오실지는 모르겠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진심으로 작가님이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간절하게 느낄 정도로 말이다. 그때는 그 모든 힘든 일들이 다 해결이 되고 꿈을 향해 날아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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