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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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애도의 방식>이라는, 안보윤 작가님께서 쓰신 작품이 대상을 받았다. 그밖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인데 <애도의 방식>이 아닌 다른 작품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작품을 꼽으라면 나는 김병운 작가님의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라는 작품이었다.

먼저 <애도의 방식>같은 경우에는 소재가 학교폭력을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학폭과 관련된 내용으로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폭을 당한 피해자이자 주인공인 동주가 ‘미도파’라는 찻집에서 근무를 하면서 가해자의 엄마인 ‘여자’를 통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그동안 자신의 진실에 대해 마주하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엿보이고 있다.

학폭 가해자인 승규가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인해 죽음을 당했을 때, 그때 당시 승규와 함께 있었던 동주뿐이었다. 하지만 동주로 인해 죽음을 당한 건 아니지만 주변에 동주외엔 아무도 없었음과 동시에, 119에 연락했지만 보호자 및 관계자로 함께 구급차에 탑승하지 않은 동주여서 오히려 학폭을 당했기에 복수의 의미로 죽인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이 그럴까봐 사실대로 말하지를 못한다. 게다가 동주의 어머니와 변호사마저 네게 불리할 수 있으니 그저 조용히 있으라고만 하고 말이다.

이렇듯, 그동안 학폭을 당해온 분명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대로 그런 폭력을 겪은 적이 있다, 자신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동주의 상황이 참 답답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주의 어머니와 변호사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동주는 피해자일 뿐이고 그가 죽이고자 한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겪어왔던 경험이 있었기에 오히려 그 계기를 빌미로 가해자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화가나기도 했다.

꼭 가해자가 죽음에 이르도록 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수많은 학폭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조용히, 쉬쉬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도 왕따를 겪은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바라보고 있자면 때때로 화가 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냥 조용히,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는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하는 동주처럼, 그런 마음 역시 은연중에 가지고 있기에 진실을 밝히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음으로,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작품이라고 밝힌 <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단순히 동성애라서 작품이 신선하게 와닿았다기보다, 작품 속에 쓰인 문장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곤 했다.

-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곁에 있는 사람을 하루라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삼촌이었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고. (154쪽)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진 않다. 이건 나조차도 그렇다. 그저 이러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만의 삶도 존중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록 여기서는 소설 속 인물이라 할지라도, 현실에서도 동성애를 가진 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고 또 부끄럽게 여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작품인 것 같아서 더욱 와닿았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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