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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뿌리, 전문 학교
김자중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2월
평점 :

사실 일제시대 대학들에 얽힌 관련서들은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관심이 있어 들긴 했었지만 한국 국내 연구자들의 최신연구를 담은 책을 든 것은 이 책이 처음인 듯 합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 시절 제국대학/내지는 각각의 학교들에만 천착한 책들과는 다르게 그시기 경성에 세워졌던 관립학교와 전문학교(지금의 고려대의 뿌리인 보성전문학교/ 연세대의 뿌리인 연희전문/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등등이 거론되겠습니다.)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거칠게 이야기 하자면 그때 세워진 관립 전문학교와 사립 전문학교의 차별대우가 현재의 SKY서열의 고착화에도 이어진다고 하겠는데 한국의 수도권 대학의 압도적 우세는 아마 당시 사립 전문학교들이 경성(서울)에만 분포해 있었던 점에 기인한다고도 하겠습니다. 일본은 2차대전 후에도 각지의 구제국대학들이 도쿄의 여타 사립대학들보다 서열면에서 우위에 있었는데, 한국은 당시 유일한 '대학'은 경성제국대학 한곳밖에 없었기에, 그 서열의 정점에 위치한 경성제국대학이 경성법전 등 여러 관립대학들을 흡수하여 서울대학교를 개교시킨터라 그 바로 밑의 사립 전문학교들 티어를 구성하고 있었던 보성전문이나 연희전문이 자연히 바로 뒷순위(?)에 랭크되게 되었다랄까요.
아무튼 요즘 국내 연구자분들의 이 시기를 다룬 책은 제가 과문했던터라 아마 생전 태어나서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조선총독부의 관립 전문대학 우대와 사립 전문대학을 관립 전문대학화 커리큘럼을 구성하게 하도록 (자격 부여면 등에서) 하는 압박 등에 상당히 비판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살던 분들 책에서는 이런 얘기는 하나도 없던터라 (경성법전/경성제대의 재판소 재판관 특채를 호기롭게 거절하던 내용이나 나오긴 하덥니다만) 이것도 제법 신선한 부분이었습니다.
초반부의 제도에 관한 거시적인 부분에서 후반으로가면 학생 일인당 학비 소모량/장래가 유망한 손기정 등의 학생을 위한 장학 육성회 등의 미시적인 부분에 대한 조명도 이어집니다. 그 시절에도 경성 위주의 교육기회 부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했었으나 해방 이후 경성 주변에 밀집해있던 사립 전문학교들이 죄다 대학교화 되면서 뭐 아시다시피 수도집중은 한층 더 심해지고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 맺는 글에서 저자분은 해방 후 교육제도는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나, 사립대학교가 일본과 유이하게 7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점 등, 해방 전 일제 때의 교육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며 이는 한층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맺고 있는데, 이시기의 전문학교들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한 책은 처음이라 인상깊었습니다. 방통대출판부에서 책이랑 같이 보내준 마스크도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