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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메이드 1
오토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3월
평점 :
철이 일찍 든 집안일 만능인 아이와 아이보다 더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집안일에는 서투르지만 자신이 하는 일 직업과 관련된 일에는 어른스런 집중력을 보여주는 어른의 조합 좋아합니다. ^^ 어른과 아이의 위치가 역전된 상황에는 웃음을 지을 수 있고, 정 위치로 돌아온 모습에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아한답니다.
‘소년 메이드’에서는 이러한 제 취향에 딱 맞는 조카와 삼촌이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이 두 사람이 자아내는 밝은 빛깔의 하모니가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인상은 제게 좋지 않았습니다...
책 표지를 한 번 살펴보면. 웬 소년이 앞치마를... 무려 레이스가 달리 앞치마를 하고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 레이스 달린 앞치마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보다라고 하기엔... 옆에 떠억 하니 소년 메.이.드.라고 적혀있습니다.
소년 메이드인 것입니다.
제목도 잘 보면 ‘이’자의 이응이 레이스로 꾸며져 있습니다.
자, 이제 이 작품의 정체가 살짝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책 뒤편에 실린 선전을 통해 저는 이 작품을 처음 봤는데 전 그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 영락없이 (좋지 않은 의미의) 변태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저처럼 오해를 하실 분을 위해 밝히자면 이 작품은 절대 (좋지 않은 의미의) 변태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의, 정확히 따지면 친척 간의 따스한 정을 보여주는 치유물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쉽습니다. 1권 표지부터 메이드복을 입은 소년을 내보일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제목이 ‘소년 메이드’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더 일찍 접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지금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만큼 그 점이 아쉽습니다. 작품을 읽은 후에야 왜 남자아이에게 저런 레이스가 달린 앞치마를 입힌 것인지 이해되고 제목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저처럼 오해를 하고 이 작품을 멀리 하고 있을 분들이 분명 계실거란 말이지요.
여러분~ 이건 치유물이에요~~~~~. 보면 마음이 따스해진답니다.
‘소년 메이드’의 주인공 ‘치히로’는 굉장히 착실한 아이입니다. 청소, 빨래, 취사를 완벽하게 해낼 줄 아는 저로서는 너무너무 탐나는 훌륭한 아이입니다. 특히 청소! 청소! 청소!
환기통 청소라니요... 전 생각도 해보지 못 한 일입니다. ㅠㅠ
‘치히로’가 어지러진 방들을 눈을 빛내며 치울 때마다 제 방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치히로’는 분명 제 방을 사랑할 텐데 말이지요. 청소할 보람이 있는 방으로. 분명 저는 ‘치히로’에게 죽어라 쪼이겠지만. ‘치히로’에게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삼촌도 너무너무너무 귀엽습니다. 삼촌의 그 끝없는 조카 사랑! 레이스 사랑! 고양이 사랑! 개에 대한 두려움! 좋은 의미로 어른 같지 않고 천진난만합니다.
삼촌 좋아요.
평소엔 허술해도 일할 땐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 남자,
필요할 땐 짠 하고 나타나는 이 남자,
양복입으면 변신 소녀 급으로 변신하는 이 남자,
준 선물은 종이 조각 하나라도 소중하게 보관하려는 이 남자,
내꿈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이 남자..
이 모든 모습을 조카에게 보여주는 이 남자.. 제발 앞으로도 연애 노선 따위는 없기를 바랍니다.
등장하는 인물마다 다 귀여워서 안심하고 손자, 손녀 재롱잔치 보듯 마음을 열고 보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운 아이가 하나도 없어요. 귀염귀염 열매를 다량 복용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어른 아이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귀여운데 골라먹는 귀여움의 맛이 있습니다.
‘치히로’는 청소하라고 닦달하는 모습조차 귀엽습니다. 거의 이런 모습은 감정이입이 당하는 사람 입장이 돼서 좀 짜증나기 마련인데 ‘치히로’는 그렇지 않아요. 사람 배려해가면서 당근과 채찍을 열심히 휘둘러주거든요. 무엇보다 본인이 열심~이라 그 모습이 참 예뻐요.
감기 에피소드, 학부모 참관 에피소드, 공포영화 에피소드 등을 통해 바짝 가시를 세우고 있던 고슴도치 ‘치히로’가 점점 그 가시를 낮추며 삼촌에게 서서히 다가서는 모습 또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포인트는 세워진 가시입니다!
처음부터 눕혀진 가시보다는 세워진 가시가 상대의 노력과 애정으로 인해 스르르 본인도 모르게 내려가는 게 더 매력있지 않겠어요.
이 분위기만 잘 유지시켜주신다면 계속 구매할 거예요.
세상에 이런 초등학생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