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선택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톰 리빗카낵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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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도 환경 관련 책을 받아 읽어 보게 되었다. 저번에 읽었던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와 어떤 부분을 공유하며, 어떤 부분에서 색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을까. 책을 받자마자 드는 생각이었다.

책의 저자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코스타리카 대통령 호세 피게레스 페레르의 딸로,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을 지내는 동안 파리협정 체결에 주도적인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코스타리카가 신재생 에너지로 국가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며, 군대를 폐지한 국가라는 점, 한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저자가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저자인 톰 리빗카낵 역시 피게레스와 함께 환경 운동과 파리협약 체결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이다.


2015년에 기후 변화 방지를 목적으로 체결된 파리협정은 이제까지의 국제 협력 관계 구축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물론 이후 미국의 파리협정 파기로 그 의의가 바래졌지만, 수많은 국가들이 처음으로 탄소 배출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하나로 합치고 협조하는 순간이었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이상, 국제 사회는 탄소 배출 감소와 기후 변화를 막아내는 데에 노력해야만 한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존재하는 선진국 사회는 - 그동안 발전을 대가로 막대한 탄소 배출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 더욱 이를 위해 정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것이 사람들 대부분이 환경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에 곧바로 던지는 반문일 것이다. 그리고 많은 환경주의자가 말과 저서를 통해 그에 대해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과 근거에는 상충하는 부분도 존재하고, 같은 부분에 대해 서로 다른 해법이나 자세를 제시하기도 하겠지만, 결국 요점은 ‘나’라고 하는 지구의 구성원이 기후 문제라고 하는 지구적 문제에 어떠한 자세로 갖추어야 할 지이기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용하고 자신만의 환경론을 구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비판적 사고와 도덕적 숙의가 엄격하게 더해져야만 한다.



자 그렇다면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 저자인 피게레스는 환경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만 환경 문제에 대해 – 이제까지의 소극적인 행보나 문제 회피적인 태도를 버리고 -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할까.


저자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마음가짐을 제시한다. 여기에 옮겨보자면 ‘단호한 낙관’, ‘무한한 풍요’, ‘철저한 재생’이다. 어떤 부분이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자원 낭비와 탄소 배출을 막아야 할 시점에 ‘무한한 풍요’라고? 무언가 논리 전개가 맞지 않는 부분이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책의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자.


피게레스는 환경 문제를 대처하는 21세기의 인류가 ‘단호하지만 낙관적인 자세를 지니며’, ‘타인과의 자원 경쟁에 지나치게 골몰하지 않고’, ‘소비만이 아닌 재생을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아직도 추상적이니 조금 더 길게 풀어 써보도록 하겠다. 미래가 앞으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지면서 이를 성취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고(단호한 낙관), 지구의 자원을 한정 짓지 않고 무한하다고 여기며 타인과 자원을 함께 나누는 이타적인 자세를 갖추고(무한한 풍요), 자신이 소모한 자원들을 어떻게 다시 되살릴지 생각하라는(철저한 재생) 의미이다.


이 세 가지 마음가짐은 우리가 이제까지는 올바른 자세라고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철저하게 준수하지 못했던 준칙이라고 볼 수 있다. 피게레스는 이러한 준칙들을 다시 강조함으로써 환경 운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어지는 장에서 피게레스는 구체적으로 들어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10가지 행동을 짚는다. 그런데 피게레스가 말하는 10가지 행동은 환경이라는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녀가 말하는 행동들은 환경을 넘어서 사회 개선에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시민 의식 함양과 정치 참여에 방점이 찍히는데, 그러한 행동이 정부가 향후 환경 운동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경제생활 속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고 피게레스는 말한다.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친환경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제 구조 속에서 친환경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보고 투자 정책을 수립하지 말고, ‘가치 투자’를 행할 것을 그녀는 강조하고 있다.



환경 보호 운동의 중요성이 반세기 전부터 대중 사이에 퍼져나갔음에도 지금까지 전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친환경 기술의 경제적 문제 등 상용화 문제도 연관이 있겠지만, 기후 변화와 그에 대한 대처가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 문제는 현세대 앞에 넘지 않으면 안 되는 하나의 큰 장벽이 된 지 오래다. 2050년까지 인류의 탄소 배출량이 0에 수렴하지 않을 시, 인류는 현재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기후 문제로 인한 인류의 쇠퇴는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에나 나올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인류가 그동안 도외시해 왔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이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여기에서 '단호한 낙관'이 도움이 될 것이라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미 그것을 증명하는 몇 가지 선례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에서는 일상에서, 경제생활 속에서, 사회에 관심을 가짐과 동시에 얼마든지 환경 보호에 진력을 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행동이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인류의 활로일 것이다.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우리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때 무슨 일을 하셨어요?”라고 물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사실 하나뿐이다.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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