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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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성자가 되는 곳

성자가 바보가 되는 곳

돌멩이도 촛불이 되는 곳

촛불이 다시 빵이 되는 곳

- 명동성당 中 -


시집을 읽어본 적이 언제였을까. 시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가끔씩 사색하다가 시구를 지어내기도 하는 편이고, 다른 사람들이 쓴 시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정작 시집을 찾아가면서 좋은 시를 찾아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집의 본연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시집을 찾은 적은 없었다. 고등학생 때 내신과 수능 공부를 위해서 시집을 찾아본 것이 시집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이번에 정호승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라는 시집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에는 살짝 놀랐다. 책의 두께가 시집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책의 두께는 거의 500여 쪽에 달했다. 알고 보니 정호승 시인께서 자신이 지은 시를 골라 엮는 것을 제외하고서도 그와 관련된 산문들을 일일이 첨부해 두었기에 책의 두께가 늘어난 것이었다.


책의 구성은 시와 산문이 반복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문이 시의 내용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부속 부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확실히 뒤에 이어지는 정호승 시인의 산문들은 당시 정호승 시인이 이 시를 쓰게 된 계기나 관련 시상을 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호승 시인의 산문에 맞추어 시를 꼭 해석하거나 사색할 필요는 없다. 저자 역시 서두에서 산문이 시의 부속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 두고 있다.


사실 산문보다는 시가 먼저 지면에 등장했기에 저자의 별다른 부언 없이도 시를 먼저 음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또 읽어보고, 시를 사이에 두고 시인의 상황에 최대한 공감해볼 수 있다. 그 뒤에 시인의 산문을 읽으면 시를 통해서 눈치채지 못했던 점들도 알아가고, 시인과 한결 가까워지는 길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한 수 한 수 읽어나가면서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되었지만 살아가면서 별별 생각이 들 때가 많았는데, 정호승 시인의 시에서도 이제까지 한 번은 해보았던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 신기했다.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 바닥에 대하여 中 -


길고도 길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중에 생각과 시간이 날 때마다 시집을 다시 꺼내들어 마음에 들었던 글귀를 다시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기분 전환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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