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들이 꽹과리와 장구, 징으로 장단을 펼쳤고, 그 위에 이이첨이 춤을 추었으며, 자신은 흥에 겨워 몸을 들썩거린 꼴이었다. 서인들은 너무나도 치밀하고 잔인하게 악을 연주했다. 오랏줄에 묶인 그를 과연 살릴 방도가 없었을까. 화려한 장단에 눈이 멀고 그들의 추임새에 넋을 놓아버린 어리석은 자신의 희미하고 아둔한 그림자에 광해군은 치를 떨었다.-44쪽
왕이 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리되었고, 동생들을 죽이고 어미를 폐하고 싶지 않앗지만 그리되었으며, 허균을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리되었다. 광해군은 김개시의 처소에 남겨진 것이 아니라 갇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