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옛날 어느 날'이라고 시작하니 정감 있네요. 100여 년 전의 이야기니 옛날이 맞긴 하지만 전래 동화나 명작 동화 시리즈와는 다르게 현실감 있는 이야기지요. 밀리몰리맨디는 이웃집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작고 귀여운 소녀니까요.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밀리몰리맨디에게 새 옷이 생긴 이야기군요. 밀리몰리맨디가 강아지 토비와 놀다가 분홍 흰색 줄무늬 원피스가 찢어지는 일이 생겨요. 밀리몰리맨디가 심각한 표정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집으로 가자 가족들이 걱정해 줍니다. 삼촌은 놀리기도 하고요. 대가족이다 보니 가족들의 성격이 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밀리몰리맨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같이 한마음으로 기뻐하고 걱정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대가족이라도 이렇게 사이가 좋으면 장점이 많을 것 같아요. 원피스가 낡고 작은데 찢어지기까지 했으니 이제 새 옷감을 사야겠죠. 요즘은 휴대폰으로 옷을 검색해서 주문하면 하루 만에 택배가 오지만 여기는 백 년 전 시골입니다. 가게에 가서 옷감을 사와 집에서 바느질해 옷을 만들어야 하니 다들 바느질 실력이 수준급이었겠네요. 밀리몰리맨디의 트레이드마크 분홍 흰색 원피스와는 다른 어떤 옷이 생길까요. 기대가 되는데요. 밀리몰리맨디가 엄마와 함께 옷감을 사러 가면서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옷감을 사러 자랑하는 장면, 가게에서 얌전하게 옷감을 고르는 장면 등 이야기가 세심하고 재미있네요. 집에 돌아와 가게에서 사 온 꾸러미를 열었을 때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요. 마지막까지 아이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이야기네요.
밀리몰리맨디가 대장장이 러지 씨에게 새로운 씨앗을 받아 심는 이야기도 흥미롭죠. 씨앗에서 어떤 채소가 자랄지 기대하며 지켜보는 밀리몰리맨디가 사랑스럽습니다. 밀리몰리맨디는 나중에 러지 씨의 결혼식에서 신부 들러리를 하게 되는데요. 밀리몰리맨디는 수전과 둘만 들러리를 하게 되어 빌리에게 미안해하지만 빌리는 조금도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죠. 이런 일은 아까 옷감을 사러 갈 때도 있었는데요. 수전은 밀리몰리맨디가 어떤 옷감을 살지 궁금해했지만 빌리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가 느껴지죠. 대장장이 러지 씨는 시종일관 활기차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인데요. 밀리몰리맨디 시리즈에 계속 나오면 좋겠어요.
그 밖에도 밀리몰리맨디가 기차를 찾은 이야기, 오리와 친구가 된 이야기, 나쁜 서클에 가입한 아이들과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이야기, 썰매를 탄 이야기 등 잔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밀리몰리맨디 시리즈는 아이도 재미있게 잘 읽고, 저도 읽을 때마다 힐링이 되네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