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은 곰의 이름입니다. 이름부터가 파격적이죠. 새, 뱀, 아르마딜로, 조약돌, 나무 등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와 물체들의 대화와 생각을 보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네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떤 곳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새가 나무에게 나무 그림을 그려주자 나무는 '나무 그림을 그리면서 나무로 만든 연필과 나무로 만든 종이를 사용한다'라며 비난하고, 새는 슬퍼합니다. 까마귀 하나가 마을을 시끄럽게 만들자 곰 튤립이 등장합니다. 둘이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는데요. 거짓말은 약자의 무기, 약자한테는 강자가 필요한 법, 약자는 도망을 치는 법, 강자는 법을 정립하고 약자는 속임수를 쓰고, 강자는 규범을 만들고 약자는 죄책감을 느낀다는 둘의 대화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다시 한번 읽게 됩니다. 할머니 새는 늦게 일어나 베르가모트 차를 마시고 생강 빵을 먹습니다. 나이 든 분들의 평화로운 일상이죠. 젊은이, 늙은이들이 하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고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네요.
이번 이야기에서는 새로운 '알'이 등장하는데요. 그 알에서 무엇이 태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다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대합니다. 그러자 알은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뭐가 될지 기대하고, 아직 알인데 벌써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이 싫다고 하는데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갖는 기대와 아이들의 반응을 보는 것 같아 뜨끔합니다. 그러다 알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합니다. 알에서는 과연 무엇이 나올까요.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합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도 좋겠네요. 생각할 거리가 많고 울림이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