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무라이 리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오르골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면 무섭네요.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오다니요. 스릴러 소설 같은 제목이지만 사실은 치매 환자 시점으로 본 에세이식 이야기입니다.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겠네요. 매일 같은 요양보호사가 집에 오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낯선 기분이 듭니다. 환자에게는 이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요. 요즘 치매 인구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네요. 치매 환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이 글은 치매 환자 시점 에세이식 소설입니다. 일기처럼 쓴 글이라 가독성이 좋네요. 치매 환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참 이상합니다. 얼마 전까지 능숙하게 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니 무력감이 들지요. 요리도 분명 잘 했는데 이제는 부엌을 요양보호사가 차지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슬픕니다. 운전도 잘 할 수 있는데 가족들은 이제 하지 말라고 합니다. 기억나지도 않는 작은 사고들을 내가 냈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지요.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친절한 얼굴을 하고 나를 도와주겠다고 한 사람들이 알고 보니 사기꾼들이었지만 지금도 뭐가 잘못된 건지 구별할 수 없고, 가족들이 내가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당황스럽습니다.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갈수록 치매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아직은 치매 치료 약이 없기 때문에 치매 환자와 가족은 상당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치매 환자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낄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환자의 가족과 사는 환경도 모두 다르니 딱 맞는 정답은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참 힘든 병입니다. '내가 설자리가 사라졌다'라는 문구에 가슴이 아프네요.

저자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며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화자는 치매에 걸린 노령 여성이고, '너'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며느리군요. 저자는 실제로 시어머니가 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겠지요. 글 속에 등장하는 며느리도 시어머니를 케어하고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비위를 맞춰 드리기도 하고, 때론 화도 냅니다. 저자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글이라 현실감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