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걷는사람 에세이 16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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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니 시간강사 일을 하는 저자가 배민 라이더를 하는 이야기군요. 제목만 읽어봐도 저자의 사정이 이해가 됩니다. 시간강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배민에 뛰어들어 투잡을 뛰게 되었겠지요. 책이 작고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에 출강을 나가는 시간강사입니다. 교수와는 다르게 시급을 받는 계약직이죠. 교수직은 한정돼있고, 그 트랙을 타기 위해서는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시간강사만 하다가 결국 교수가 되지 못하는 사람도 너무 많죠. 그래서 시간강사로 사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고학력자이지만 수입이 낮다 보니 다른 일을 하면 좋은데 사실 마땅히 할 일이 없지요. 저자도 출강을 나가는 것 외에 신문 등에 원고를 쓰는 수입을 다 합해도 2백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 정도 수입이면 한 달을 빠듯하게 보낼 수밖에 없죠. 그래서 배달 라이더를 시작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 서점에는 '나는 00 사람입니다' 같은 류의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평범한 일반인이 자신의 직업이나 취미 등을 소개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그런 책들을 읽어보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은 재미있지만 전문 작가가 아니다 보니 아마추어 특유의 어설픈 글이 되기 십상입니다. 편집자가 교정을 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문학 박사이고 시집과 산문집도 낸 작가다 보니 글이 매끄럽고 재미있습니다. 읽다 보면 저자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일반적인 경우를 설명하고 나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은데 학생을 가르치는 저자의 직업적인 특성이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시간강사로서의 생활도 궁금하지만 이 책은 라이더로서의 생활에 초점을 뒀습니다.

저자는 라이더가 주업이 아닙니다. 물론 수입면에서는 하는 만큼 벌 수 있기에 바짝 일하면 더 많이 벌긴 하겠지만 저자는 교수가 목표입니다. 그래서인지 상황을 차분하게 살펴보고,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따뜻하게 배달하기 위한 기본에 충실합니다. 배달을 하면서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감탄하고, 고층 빌딩에서 보이는 야경을 보며 흐뭇해합니다. 배달을 하면서 떠오르는 시를 읊조리는 모습이 낭만적이네요. 힘든 일을 하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 등의 취미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요즘은 N잡러가 많고 플랫폼 근로자도 많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지요. 저자의 경우 라이더는 취미가 아니라 생계를 위한 부업이긴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긍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이 책은 배달 라이더의 생활을 자세히 보여주거나 불합리한 근무 환경을 바꾸자는 내용이 아닙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시간강사이자 실력 좋은 낚시꾼이며 인생의 즐거움을 향유하고자 하는 저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배달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상 에세이입니다. 내용이 재미있어 책장이 술술 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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