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AI가 대체할 직업에 공인중개사가 포함된다고도 하지요.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부동산 거래는 일생에 몇 번 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도와주고 중개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가 욕을 먹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에는 목돈이 들어갑니다. 평생 모아둔 전 재산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지요. 거기에 중개료도 내야 하니 부담이 느껴집니다. 수수료가 높고 낮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니 '집 한 번 보여주고 서류 한 장 써 주는데 한 달 월급을 내야 하다니...'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저도 집을 구입할 때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공인중개사가 하는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매수자, 매도자 사이를 중개하면서 노력을 해도 거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집을 보여줄 때도 둘 사이를 조율하고 가격 협의도 해야 하고 시간과 비용도 들어갑니다. 그런 매일의 일상을 생각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는 적당하다고 생각하겠지요. 계약을 하고 나서도 잔금을 치를 때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으니 물건을 사고파는 입장에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중개사에게 물어보고 명확한 상태에서 거래를 해야겠습니다.
부동산 중개의 특성상 소개한 물건이 모두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지요. 매수인에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중개했는데 정작 거래는 다른 부동산과 하기도 하고, 공동중개를 하면서 다른 대표의 무례함에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경력이 많은 대표와 공동중개를 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의 바른 사람도 있고, 무례한 사람도 있지요. 식당에서 만 원짜리 밥을 먹으면서도 '고객은 왕'이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생각해 보면, 큰돈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에서는 '고객이 갑'이라고 생각하며 갑질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진상 고객에게 상처받고, 좋은 고객에게 감동받으며 일상생활을 하지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무리한 요구에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의 조언처럼 업무용 폰을 따로 구입해서 퇴근 시간을 정해 꺼 놓는 것도 일과 생활을 분리하고, 업무용 폰에 녹음 기능을 설정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 것도 좋겠죠. 계약 단계에서 중개 수수료 시비를 막으려면 처음부터 수수료를 고지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저자는 '나는 가장 비싼 물건을 판다'라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중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초보 때 속상해서 매일 울던 시절부터, 경력을 쌓으며 고객에게 어떻게 대처하는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연차가 생기고 단골이 많아져 나름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을 보면 이런 초보 시절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저자가 7년 차이니 이제 초보는 아니지만 아주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기에 초보 시절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그려져 더 재미있습니다. 공인중개사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한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고객 응대 기술, 본인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까지 잘 나와있네요. 누구나 살면서 부동산을 한두 번은 들르게 되니 공인중개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부동산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알아두면 좋으니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