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입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어릴 때 다닌 미술 학원에서 태극기를 그려오라는 숙제에, 태극기를 바람에 펄럭이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그려갔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시각과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은 저자는 어릴 때부터 낙서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교과서에도 낙서하고, 다 쓴 달력 뒷면에도 낙서하면서 자신만의 감각을 키웠겠죠. 저자는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자동차를 디자인했습니다. 아버지는 국내에서 활동했고, 저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군요. 부자가 같은 분야에서 일한다는 건 보기 드문 일이죠.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봐 주고 믿어준 아버지가 있어 든든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카메라, 장난감, 색, 볼트, 자동차, 지도, 와인잔, 손 등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중 '커피'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본 커피 주전자에 흠뻑 빠져 100여 개나 수집합니다. 비슷해 보이는 커피 주전자지만 저자에게는 모양도 다르고 만들어진 지역도 다르기 때문에 다 다른 주전자지요. 이런 걸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몰입과 집착이 있으니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직장에서 동료들과 자판기 커피를 마신 일화도 흥미롭네요. 저자는 항상 같은 커피를 선택했지만 동료들은 어떤 커피를 마실지 늘 고민했습니다. 저자는 15년이 지나서야 그들을 이해하게 됐는데요. 사소한 순간들에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다양한 선택을 한 그들의 삶은 풍요로웠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저자가 독일에서 살면서 느꼈던 점들, 한국의 보는 시각 등도 나옵니다. '늘 상식을 의심하라'라는 저자의 아버지의 말씀을 되뇌며,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저자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