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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저자이자 책의 주인공인 안드라 왓킨스는 자신의 첫 소설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인 미국의 탐험가 메리웨더 루이스가 걸었던 나체즈 길을 여행하기로 한다.
여행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결국은 자신의 아버지. 안락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소리지르며 하루를 보내는 아버지와 여행을 떠난다는건 본인 스스로도 싫은 일이었지만, 겨우겨우 아버지를 설득해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미국인들도 잊고 있던 나체즈 길을 걸으며 안드라는 하루하루 절망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보고 듣고 느끼는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고, 아버지와의 생활 속에서 아빠를 좀 더 이해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게 된다.
사실 책을 펴보기 전에는 아빠와 사이가 무지 좋은 딸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첫 장을 펼쳐드는 순간 이래서 아빠와 여행을 떠날 수 있기는 한건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결국 함께 떠나긴 하지만 계단이 힘들다고 숙소를 마음대로 바꿔버리고, 사인한 책이 더 잘 팔린다며 억지로 책에 사인을 하게 하고, 욕실을 사용하는 중에 마음대로 들어와 볼일을 보는 아빠에게 기겁을 한다.
그러다 어느날 대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실수하는 아빠를 보며, 자신의 목표에만 신경쓰느라 늙어버려 약해진 아빠를 신경쓰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저 딸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던 아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아빠는 어느새 수면무호흡증 치료기를 달고 살아야 하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어나는 것도 힘겨워하는 노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대화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뿐 딸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사실 엄마보다는 좀 더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아빠인데..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하고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으로서 자식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 주고 싶은 아빠는 지금도 나를 걱정하고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 단지 표현 방법이 서툴러서 말로 다하지 않을 뿐..
작가는 "그걸 못한게 한이 되요."라는 말을 "같이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었다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아빠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놓지만 말고 실천해야겠다.
"나는 643 킬로미터를 걸으면서 아빠를 발견했다. 나체즈 길은 아빠에게 향하는 문이었다." (p.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