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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갑니다, 세계 속으로 - 여행 PD의 출장이 여행이 되는 순간
김가람 지음 / 한빛라이프 / 2023년 5월
평점 :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계절을 느끼면서 자주 여행하길 바란다”라는 인터뷰에서 잠시 멍했습니다. 기숙사에 살던 고등학생 때부터 최근까지도!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며 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곤 했습니다. 마치 젤다의 모험 같기도 했고 제 자신이 그곳에 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긴 시간을 휴식 없이 달려올 수 있었지만, 그 시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는 양날의 검을 품고 살았습니다. 이 전에도 비슷한 후회를 겪었기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긴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왜 한순간도 내려놓지 못하고 쥐고만 있었을까?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떠나자, 더 성과 내서 가보자, 조금 더 여유 있을 때 가보자…라는 무의미한 한계를 뒀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걱정이 많다고 하고, 좋게 말하면 조심성 있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온갖 고민이 많은 초보 여행자에게 ‘다행이다’와 함께 심호흡을 한번 하고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말씀 주시는 pd 님의 조언도 인상 깊었습니다. 계속 다행인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 언젠간 그땐 그랬지 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까요!
여행은 예능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것처럼 거창할 것 같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인터뷰에 특히 공감했고 책을 읽어내려가며 더욱 와닿았습니다. 여행이라는 소재도 좋았지만 오래간만에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이야기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라는 말의 시작을 좋아하는 이유는 ‘힘들지만 좋았다’ 혹은 ‘어려웠지만 결국 해냈다’라는 의미가 열릴 것 같아서입니다. 우리들의 인생과 여행도 같은 맥락일 것 같아요. 설렘으로 시작된 여행지에서 겪는 고단함과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여행.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의 form 은 유지한 채 또 오늘을 살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습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 그리고 김가람 PD님 덕분에 인생의 여유를 찾는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의 아바타가 되어 언덕을 오르고, 번지점프를 하고 화면 밖의 무수한 시간을 겪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피디님의 진심이 닿아 오랫동안 사랑받길 바라며,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마지막 장에 담긴 “진짜로 퇴근합니다.” 마저 좋았다면, 이미 푹 빠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