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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평점 :
어린 시절 안네의 일기라는 책을 읽고 아우슈비츠에 갔던 경험과 『세르주』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당시 도슨트 분의 말씀은 오랫동안 제 가슴에 남았었어요.
“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고난은 무엇이었을까요? 전쟁? 학대? 인권?”
“ 배고픔과 약자를 향한 시선입니다”
다시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말에는 참 많은 뜻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원』은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버나드 맬러머드의 대표작이며 등장인물의 수가 적어 어렵지 않게 읽혔습니다. 가장 보통의 소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윤리적 보편성이란 철학적인 주제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과연 그가 옳은 것인가 싶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지, 어떤 잘못을 했든지, 혹은 어떤 실패를 했든지 상관없이 그에 대한 바람은 그를 변화시키고 나를 변화시킨다. 그렇기에 꼭 모리스일 필요도 없고 프랭크에서 끝날 필요도 없다. 바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발한다. 윤리의 보편성은 그 보편상을 바람으로써 가능하다고.
그게 바로 이 사람들이 사는 목표지, 프랭크가 생각했다. 고통을 받으려고 사는 거야. 그리고 뱃속의 가장 큰 고통을 변기로 내려보내지 않으면서, 가장 오래된 그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이 최고의 유대인인 거지. - P130
어쨌거나 그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지 결심해야 할ㄷ 때, 그러지 못하기에 갑자기 인생이 엉망이 된다는 것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얼마나 쉽게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흔들렸다. 그 행동 이후에 영원토록 고통받고, 잘못을 지우려고 무슨 일을 하든 소용없었다. - P160
유대인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한테 와서 ‘랍비, 만약에 비유대인들하고 같이 살고 일하며 그들에게 우리는 먹지 않는 돼지고기와 트레이페를 팔고, 20년 동안 한 번도 회당에 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유대인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그에게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렇지, 모리스 보버는 내게 진정한 유대인이네. 왜냐하면 그가 유대인의 경험을 기억하며, 그 안에 살았기 때문이지. 그리고 유대인의 심장을 지니고 살았기 때문이야.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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