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을유세계문학전집 124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 지음, 홍진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카이절링의 소설 가운데 장편인 『파도(Wellen)』와 단편 「하모니(Harmonie)」, 「무더운 날들(Schwüle Tage)」을 한 권으로 묶은 작품집이다. 간결한 문장들 사이로 느껴지는 예민함과 쓸쓸함. 이 특유의 블루스는 독자로 하여금 침몰이 아닌 물아일체를 이끌어낸다. 

「하모니」를 시작으로 단숨에 「파도」까지 읽어내려가며, 지금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종종 ‘서로 맞춰간다’라는 말이 다른 Soul 과 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걸까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신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억압하며, 정신이 주도하는 문명의 발달은 곧 생물학적 본성의 파괴, 성의 약화와 생명력의 결여라는 당시 여러 지식인과 카이절링의 문학관을 느낄 수 있었던 2022년의 마지막 주.

「파도」 에서 모순 그 자체인 삶을 살며 해안을 떠도는 존재로 남는 그녀를 보며 카이절링만의 특징인 붉은 여인과 하얀 여인에 대해 생각해보며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그녀의 블루스가 오랫동안 머물렀다. 덕분에 독일 문학에 입문하고 푹 빠지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쨌든 이런 밤을 보내고 나면 일종의 숙취를 겪는다는 건 유감이에요. 광활함에서 오는 숙취죠. 땅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좁게 느껴진단 말이에요. 그때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굴을 어둡게 만들고 그 안에 기어들어가는 것이 더 나아요. 그 감정의 기복이 자연법칙이죠.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