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사장 수업 - 교과서도, 정답도 없는 사장의 길을 가는 당신에게
김영휴 지음 / 다른상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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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책을 비지니스 실용서라고 생각하고 펼쳤다. 일종의 자기계발서인데 인문심리학이자, 철학서같기도 하다. 저자인 김영휴 대표님이 2001년 당시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기업체를 이끄는 순간까지도 따라다녔던 '여자'라는 꼬리표와 눈총을 겪고 이겨낸 이야기를 답변에 섞어 죽 이야기한다. 여성 ceo로서 많은 강연을 하신 분답게 책은 인터뷰 문답형식으로 되어있어서 흥미롭고 읽기에 쉬운게 장점이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가벼운 대화만 이어지진 않는다. 가벼운 질문에 깊이있게 대답하여 사업자이자 리더로서의 저자의 태도와 신념을 읽고 배울 수 있다. 


내용에 있어서는, 전반적으로 대학강의같아서 조언을 듣는 식이라 이해는 쉬웠지만 사업이나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다. 그런 내용을 바라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은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업가로서의 행동지침이나 비지니스 강령이 나오는 실용서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이라는 두려운 길을 택한 여성 스스로 내면에서 동기를 찾고 해법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계발서에 가깝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 ceo는 기본적으로 장사꾼, 비즈니스 피플이라기 보다는 이상과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발전적이고 꿈이 있어야 리더가 도리 수 있다. 

특히 사업 아이템을 선택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외형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슬픔을 이야기 하시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김영휴 대표님이 원래 꿈꾸던 본인의 모습과 전업주부가 된 뒤 인식하게 된 자신의 모습에서 괴리를 느껴 힘들어한 이야기와 만난다. 원래의 자신이 꿈꾸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창업이라는 행동으로 해결한 김영휴 대표의 결심과 능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철학과를 졸업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본인의 전공을 살려 사색적이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을 쉬운 언어로 바꿔 설명해주는 내용이 많았다. 일을 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미숙함, 감정의 컨트롤, 두려움 등을 하나하나 잘게 잘라 잘 분석해서 입에 떠먹여 주는 식으로, 특히 여성 창업자가 연습부족으로 힘들어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려고 고심한 부분이 눈에 띤다. 매우 놀라운 점은 이 책의 거의 모든 질문이 저자의 한가지 답변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정면으로 성찰하고 내 안에서 해결법을 찾는다는 것.

철학과답게 자아성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족하고 회피하려고 하는 요즘 시류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힐링서사를 꾸려나간다. 몇 안되는 좋은 인생선배의 인생 지침서라고 생각하며, 사회인으로서의 여성을 위한 교과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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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4 - 1926-1930 학생 대중아 궐기하자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4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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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작가의 <35년>을 읽다보니 저는 학창시절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험을 위해서 외우기는 했지만 특정 사건과 인물 위주로 암기했었고 그 시절이 대체 근현대 한국과 동북아나 세계 정세와 어떻게 맞물려 있어서 그랬던건지는 기억이 나질 않으니 헛배웠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사 공부는 결국 미래를 공부하는 것이란 말이 기억이 납니다. 일제강점기 35년 속의 사건들은 저에게는 어떤 단편적인 이미지와 감정만 남은 채, 그대로 오랜시간 멈춰 있었던 것이죠.

<35년>의 초반권에서는 어느 책에서 읽었던 것과 같이 독립운동과 식민지 조선의 생활상에 대해서 알 수 있었지만, 3권부터는 슬슬 한국 현대사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사와 현 구도의 시작을 되짚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저처럼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아서 당시의 조선의 암흑기에 대해 억울한 감정과 반일의 당위만 남은 국민들에게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정치구도는 어떻게 읽히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점에선 더욱 잘 알고 있어야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며 <35년>을 읽는 것의 시의성에 큰 무게를 두게 하네요.

서구 열강이 산업화에 맞춰 그들의 경제와 정치도 자연스럽게 발전해 갔다면, 당시 격동의 아시아는 짧은 기간 동안 서구의 변화와 시스템을 강제로 받아들여야만 했죠. 식민지배를 받은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천지가 뒤집어지는 정도의 정치, 경제 변화를 겪었습니다. 특히 <35년>을 통해서 본 조선/한국 사회는 마치 한 곳에 모든 것을 때려넣고 마구 흔들어 버린 것처럼 혼란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를 살던 사람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했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상들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지어 꿋꿋이 나아갔고 그 발자취가 현대 한국에 드리워져 있겠죠. 독립 이후 전쟁과 독재라는 아픔을 겪으면서 한국은 근현대사와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시도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35년> 4권을 읽고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현 정치 구도는 일제로부터 독립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던 당여들의 계보를 잇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4권에서는 민중의 항쟁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베이스는 지금까지 다뤘던 항일운동의 모습과 같지만 조금씩 달라집니다. 인접한 러시아의 영향이기도 하고 2차대전이 다가오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동시에 많은 이념도 지식인들에게 전해지게 됩니다. 만주에 나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세계의 변화를 알아가는 지식인들에게는 식민지배를 청산하는 것과 시대의 흐름은 마땅히 함께 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미래 청사진은 결국, 개혁은 첨단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민중 속으로 들어갔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깨달음을 통해 민중 항일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당장 눈 앞의 일(독립)을 해결하는 것과 궁극적으로 조선 사회를 계몽시키는 것(혁명) 사이에서 조상들은 많은 다툼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을 단순 축약해서 손바닥 위의 책으로 들여다보니 일견 조선시대 붕당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후대의 사람들이 짧은 연대기 안에서 손쉽게 그 역사를 시간순으로, 결과 위주로 알아보느라 느끼는 1차적인 감정이리라 생각합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다투고 숙고하고 협상하면서 마치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이 살아가고 흥하고 망하면서 당시의 대한을 이끌어갔겠지요.

책에서는 조선민족이 학교나 일자리에서 당하는 차별과 불합리함 대한 항의가 곧 항일운동이었고, 군국죽의, 제국주의 일본 통치에 항의한 것도 민중혁명이며 일종의 계급혁명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대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을 때 한국에선 독립운동과 사회주의 혁명이 혼재되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죠. 이 사실이 의무교육에서 근현대사 교육의 맥을 비슷한 시기 비슷하게 일어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건 중심의 역사 공부를 통해서는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독립투사 개인만이 확대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인과관계를 따라가보니, 잘 살고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욕심을 부리고 이웃나라를 착취하는 일본에 굴복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독립의 의지를 불태운 한국민의 결정이 곧 현재의 우리를 결정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보편 대중의 결정이 개개인의 애국 운동과 투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당시의 사회와 조직의 흥망을 결정하고 평범한 백성이나 학생도 독립투사로 둔갑시킬 수 있었던 힘이 여기서 나왔겠죠.

그러나 여전히 숭고한 열사들을 소개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어서, 마지막 챕터에서는 국내외에서 벌어진 의열단의 항일 운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국가와 세계정세가 혼란한 가운데에 스스로의 마음 속에 정의와 정도를 세우고 싸우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학생투사와 의열단의 가슴아픈 활약이 마지막 챕터에 나열되어 있어서 덮은 후에 독자에게 여운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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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텔라 - Mystique
포레스텔라 (Forestell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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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곡 전부 버릴데가 없는,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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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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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시니스트 만화 역사서의 장점은 역시 만화 특휴의 장점으로 개론을 훑기에 좋다는 것 같습니다. 동북아 국가에게 일어난 크고 굵직한 사태를 중심으로 당시의 사람들이 국내외의 큰 일을 맞아 어떻게 입장을 바꿔가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들의 역사가 어떻게 틀어져 가는지를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장면에 따라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각국의 입장을 이해하기 쉽게 국가를 동물로 바꾼 캐릭터, 인물의 최종적인 역사적 판단에 따른 외형디자인 등을 통해서 한국사 뿐아니라 동북아 근대사의 큰줄기를 보다 쉽게 잡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5권 열도의 게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본격적인 흥망의 테크를 조망하는데 서구열강의 약진과 세계사의 흐름 속에 놓여진 동아시아의 입장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두 국가의 상황을 통해서 한국의 당시 상황과 한국의 결정적 순간을 기억하게 되면 삼국 간 차이점이 무엇인지, 무엇이 가능했고 불가능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의 저술 목적도 아마 이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편 열도의 게임은 중국의 태평천국의 난 말미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러종류의 인민의 난이 만약에 성공했더라면 근현대 중국의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만감이 교차했네요. 길고 긴 역사동안 폐쇄적으로 대륙 안에서 역사의 쳇바퀴만 굴려왔던 중국이 앉은 채로 썩어들어가는 이미지는 태평천국의 난이 스러짐과 동시에 근세 중국의 종말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이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하고 서술적인 문장이나 세부적인 자료의 나열로는 마저 다 담을 수 없는 근대사의 비극과 국가의 한 시절이 마감한다는 것을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역사서라기 보다는 대하소설이나 영상매체를 감상하는 것처럼 감상에 젖게도 만들었습니다. 비록 그림체가 유머러스하거나 귀엽더라도 말이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적절한 맞이를 못한 국가가 백성들을 어떻게 지옥으로 몰아넣었는지는 작가의 탁월한 연출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태평천국의 난을 비난하는 부분에서 작가는 적극적으로 등장해서 목소리를 싣는데요, 근대 동북아에서도 크고 작은 민란이 많았는데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하는 질문은, 그것이 오롯이 한 국가 국민의 힘으로만 벌어지고 진행될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걸 알게 했습니다. 국민이 중앙정부와 맞붙은 난이 아니라 이미 외세가 깊숙이 개입해서 여러가지 상황을 외부에서 컨트롤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민이 일어나되 주도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름 적절히 대응해온 정부군은 사실상은 뒤에서 서양국가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꼭두각시처럼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국민의 힘으로 다른 국면을 열어젖혔을지도 모를 환란이 외국의 힘으로 장기화 되면서 무의미한 희생을 낳았고 그래서 개혁에 필요한 국력을 엄청나게 낭비한 꼴이 되었죠. 


저자는 조선의 두배에 가까운 중국인 사상자를 낸 태평천국의 난을 무의미한 학살과 국력 갈아넣기로 비난하고 미래의 마씨 캐릭터를 불러내어 저주하지만, 모든 종류의 개혁에 어찌 그런 종류의 희생이 없었겠느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공했기 때문에 의의를 둘 뿐이지 모든 종류의 혁명이나 난리통에 잃어간 목숨은 그 수가 국가의 얼마이건 아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면이 나온 것은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또 똑같은 지난 중국의 역사를 미련한 방향으로 반복해서 동북아 근대사의 첫단추를 잘못끼운 중국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같은 것이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결론은 바깥의 간섭이 있기 전에 스스로의 자구책과 자립이 중요하다는 거고 조선과 중국의 그 결정적 시기를 놓쳤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네요.


중국의 한시절을 접고, 바로 존왕양이의 쓰나미 속에서 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내전을 겪는 일본으로 눈길을 옮깁니다. 동북아 3국의 연대표를 가로지르듯이 전개되는 것이 <본격 한중일 세계사>의 묘미인데 태평천국으로 중국이 휘청대고 있을무렵, 열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일본은 어떻게 환란을 극복했는가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좋은 재미였습니다. 특히 다른 분들도 짚어주셨듯이 온갖 고양이 캐릭터가 나오게 됩니다. 시사만화에서는 일본 정치인들을 일본원숭이로 묘사하지만 근현대사의 일본인들은 고양이로 묘사가 되는데요 몰입이 잘되는 재미가 있고, 가몬과 함께 고양이의 털 종류로 막부와 왕실과 번의 세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장점이었습니다.


열도의 게임이 한창 진행되는 부분에서 끝나는 5권이라 메이지이신까지 다음권을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이미 서양과의 교역을 허락하고 본국의 정치력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땜에 다양한 변수에서도 자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복잡한 시기에서는 일본처럼 정치구조가 복잡했던 것이 오히려 나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방의 자치력도 장려되고 지도층이 여러구조로 분열되어서 서양세력과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근세의 전쟁에서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셈이 아닌가, 즉 작은 불을 여러개 지펴 큰 화를 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열도의 내전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6권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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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역사 - 지혜란 무엇인가? 지혜로운 이는 어떤 사람인가?
트레버 커노 지음, 정연우 옮김 / 한문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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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내용과 구조가 처음 제가 서평을 신청했을 때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인간의 지혜가 어떻게 쌓여갔는지 그 비밀의 역사를 밝혀주는 인문학적, 철학적 서적이 아니라 '지혜'라는 개념을 인간이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책이었습니다. 방향성이 제가 기대했던 바와 달랐음을 눈치채고 책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식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책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책은 다루어야 할 주제인 지혜에 대한 정의도 처음부터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읽어가면서 이 책이 나열해놓은 내용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책이 나열해 놓은 지혜의 파편들을 책 외적인 이 세상과 연결하며 읽어가면 훨씬 해석하기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고대의 지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설명되고 있는 지혜와 외부지식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자 비로소 독서의 초점을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챕터는 1. 신 2. 신화와 설화, 3. 역사, 4. 문학 5. 무속, 점술 6. 철학 7. 신비주의 8. 마법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인류의 지혜가 무엇이었냐하는 비밀을 서술한게 아니라, 종교와 예술, 문화 등 인간이 이루어놓은 문명의 전반을 예로 들어 그 안에서 인간이 '지혜'를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종교가 있습니다. 왜 자꾸 지혜에서 종교를 언급하는지 의아했지만 저자는 지혜라는 것이 신비주의와 결코 떨어질 수 없었음을 반복해서 설명합니다. 이 책 <지혜의 역사> 챕터와 챕터를 거치면서 변한듯 변하지 않는 지혜가 시대에 맞게 때론 종교와 철학과 과학과 결합되어 어떻게 전수되는지 그 과정을 통시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여담으로 <지능의 역사>라는 과학책을 보면 종교와 이타심이 일종의 뇌의 오류와도 같다고 했습니다.(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철저히 과학적인 시선에서라면 인간이 가끔 효율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다는 뜻이지요. 그 말을 바탕으로 <지혜의 역사>가 서술해놓은 여러 문명의 지혜를 훑어보다가 지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지능이 납득할 수 없는 스스로의 비효율성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방어기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잘 사는 인생이란 '잘 헤쳐나가서', '번창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를 지혜로 총칭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인간이 삶에서 지능이 아니라 지혜를 더 필요로 한 이유는 그래서 도덕과 신앙으로 이어지고 이 오류를 설명하기에는 지난한 신비주의의 간섭이 있을 수 밖에 없었겠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특정 숫자나 의식에 집착하는 것, 샤먼이나 예언자처럼 신과 연결되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 육체보다 정신을 높이 여겨서 정신수련과 육체의 방해를 최소화 하려는 자세, 금욕주의 등은 이런 이유에서 전 세계에 걸쳐 나타는 현상이라고 볼 수 이습니다. 본문에서도 각 문화에 걸쳐서-특히 종교적인 문화를 중심으로-이 비효율성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챕터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지혜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이어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째서 많은 문명에서 지혜를 주는 신을 여성의 형태로 묘사하는지, 문명의 가르침, 언어, 문자의 전달과 지혜가 이어져 있는지 고찰하고 다양한 예시를 들어줍니다. 위에 문화인류학적인 서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렇게 다양한 문화와 의식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된 지혜를 살펴보면서 고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인류 시원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단지 효율성만 좆는 것은 공멸에의 빠른 지름길임을 알죠. 지혜는 중간중간 비효율을 섞음으로서 인류의 인생을 연장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합니다.


터무니없게도 종교와 철학 외에 여기서는 점성술과 신탁, 점 등 비과학적이라 비난받는 것들도 같이 다룹니다. 하지만 증명이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다루는게 아니라 인간이 지혜를 외부에서 구하려고 했다는 것의 기나긴 증거로서 다룹니다. 특히 강력한 존재를 믿어서 규범으로 발전한 종교와 달리 자연계의 법칙을 읽어서 사술로 남아버린 샤머니즘(점술)의 영역도 담았다는 것은 독특해보였습니다. 저자가 비록 동양 철학과 동양 점성술에는 능통하지 못하지만, 서양점성술과 동양점성술의 역사를 두루 설명하면서 미래를 확신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조명합니다. 이런 미래를 향한 항해술로서의 종교와 점술에 대한 믿음은 '인생을 잘 헤쳐가기'를 위한 나침반으로서 인간이 꼭 필요로 했던 지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철학의 발전과 함께 이 책에는 속담을 들어서 소소한 일상 속에 녹아든 인생에 대한 지혜를 보여줍니다. 외부에서 자꾸 답을 얻으려고 하는 본성은 속담 속에 들어있는 담담하고 당연한 말씀을 무시하기 쉽지만 우리는 거기에 개인이 '잘 살고' '번창하기'위한 답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거대한 정답이 있는게 아니라 사소하고 꾸준한 실천이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구원한다는 다분히 자기계발서 같은 말들이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해진다", "실패하면 지혜가 생긴다"와 같은 류의 속담이 있습니다. 문화 예술도 다양한 취향에 따라 발전해 왔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잠언의 기록들이 다수 종교의 경전 내용과 비슷하다는 본문내용을 보면, 인간의 인생이 결국엔 비슷한 모습으로 전개된다는 걸 알게 되지요. 이른바 '민중의 지혜'가 철학과 과학에 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지혜는 관습적인 것, 비과학적인 것, 종교적이고 신비한 성격을 좇아왔는데 현대에 이르러 점차 인간의 지혜는 과학적인것을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삶에 대한 사실적 지식,절차적 지식,기술에 대한 것들만이 지혜의 전부는 아닙니다. 말했듯이 지혜는 다차원적이니까요. 지식과 지능은 기록이나 물리적 육체를 통해서 그대로 전수가 가능하다면, 지혜는 오직 사람과의 삶을 통해서 전수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인간이 추구했던 지혜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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