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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아이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THE CIRCLE PRESS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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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가깝고 승화는 멀다’
사람들은 흔히 타인의 고통에 대해 쉽게 말하곤 한다. 그의 내면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치 자신도 고통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며 타자의 그것을 멋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속삭인다. “너만 아픈 게 아니야.”라고...
프로이트의 고통에 대한 관점을 가져와보면, 주인공 뤼시는 위협적인 현실과 피해자로서의 자기부정,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즉 에로스의 욕망이 빚어낸 방어기제가 뒤섞인 인물 같다. 그러므로 그의 시선은 곧 힘이고(사르트르), 방어기제이며 삶을 이어가는 근원이라 보았다.
그의 고통에 반하는 표현들로 작가는 자연의 묘사와 시적이고 환상적인 문장을 사용한 것이라 보았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자신의 무언가를 닫게 되고 반하여 다른 무언가를 열어내는 것이 인간이라 본다면 이러한 표현들은 작가의 예의 서늘하고도 근원을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연상시키는 나름의 문장력이 아닐까 싶다.
라캉을 가져와 보면, 그는 고통을 오히려 즐기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자신의 트라우마에 집착하고 복수에 이르는 것, 그것은 곧 고통과 쾌락의 양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라캉은 인간을 고통을 즐기는 주체로 보기도 했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 말을 잃어버리는 것 - ‘실재’의 습격이라 했다. 그의 고통 또한 이러한 – 상상할 수조차 없는 - 것이었으리라.
이 작품에서 ‘승화’를 찾기란 힘들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것을 배제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 보통 고통을 다루는 소설들은 한 번씩 말미에 승화를 다루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영 느낄 수가 없었다. 왜 작가는 이런 형식을 취했을까? 승화를 고통을 건설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 보면 주인공의 행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에 의문을 가진 것이지만, 이미 읽었던 ‘분노의 날들’을 떠올려 본다면 그도 그럴 것이 작가는 왜 사람들이 분노에 휩싸였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형식을 취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부분에서 독자의 간섭이 활발해진다는 점에서 좋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영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상기 내용의 측면에서 ‘메두사’는 곧 뤼시의 상태를 말하는 소재이고 그것이 제목으로써 아주 적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소재도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작가는 탁월한 선택을 했구나 싶다.
끝으로, 타자의 고통을 쉽게 생각하는 이에게 이 책을 던져주고 싶다. 나에게 그것을 안겨준 자에게도 그러고 싶다. 그들이 과연 뤼시를 보고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내내 가슴 한켠을 묵직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책 앞부분에 위치한 점,
작가의 헌사와 “쥘 쉬페르비엘”의 시에 대해 난생 처음으로 AI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는 점,
각 장에 성경 구절이 쓰인 점 등이 독특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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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joos_story 진행으로 단체 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thecircle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