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일레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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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관계는 외롭다.’

 

책을 받고 한참 쳐다봤다. ‘이 폰트는 뭐지?’, ‘디자이너가 누굴까?’ 등등... 많은 생각 - 참 몹쓸 직업병이다 - 을 했다. 뭐 하나 마음에 드는 점이 없는 책은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엉망진창으로”(p.260)가 딱 들어맞는 느낌이라면 너무한가? 인기 있는, – 손이 가는 디자인 – 소위 그럴듯한 디자인이 아닌 파격적인 선택이라 생각된다. 여전히 수목적 사고에서 벗어나기란 참 힘들다. 마찬가지로 다 읽은 후에 제목을 다시 생각해 보니, “동물”을 “인간”으로 바꾸고, “섹스”를 “인간관계”로 생각하면 왜 이 제목이 어울리는지 이해가 된다. 작가의 말처럼 타자를 알아가도 ‘나’는 외롭다. 그게 단순한 관계이든 사랑이든 말이다. 적은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앞에서는 웃고 떠들고 세상 친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혼자다.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네가 내 옆에 있어도 나는 네가 그립다고...

 

이 책은 에세이로 – 사실 에세이를 좀 버거워 한다. - 보인다. 소설 아닌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경험이 상당 부분 녹아있기에 소설이라 보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작가의 어릴 적부터 20대가 담겨있다고 한다. 누구 손에 자랐는지, 부모는 어떠한지, 친구 관계는 어땠는지 등등 작가의 성장 흔적이 곳곳에 녹아있다. 읽으면서 내 경우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쓸 내용이 많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용이 너무 무거워지지나 않을까 싶어 상상을 그만 두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책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테니까. 작가는 자신의 소망대로 사유하는 작가가 된 듯하다. 곳곳에 철학적 사유의 흔적이 많이 느껴진다. 성장 배경이 그를 그렇게 이끌었을까? 생존을 위한 고독한 투쟁의 결과물일까? 많은 글쓰기와 사유가 빚어낸 멋드러진 작품이 탄생했구나 싶었다. 신간인 줄 알았는데 개정판이더라. 무려 8년 전에 첫 출판이 있었던... 그것도 신선했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한다(사르트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기에 부모를 선택할 수도, 나라를 고를 수도 없이 그저 태어나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산업화 이후에 소위 사회화를 거치면서 인간은 나름의 질서를 만들고 세상이, 아니 권력자가 말하는 대로 안전(?)을 보장받으며 사회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들뢰즈로 말하자면 영토화된 세계다. 물론 그 속에서 끊임없는 재영토화가 일어난다고 하지만 그걸 알아채며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작가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맨몸으로 던져진 세상을 홀로 힘들고 외롭게 살아온 작가는 자신의 생을 돌아보면 끊임없이 남겨온 문장들을 정리해 독립출판을 이뤘다. 정말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생의 일면을 드러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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