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 일본 하이틴 소설과 추리소설에 빠져있었다. 지금은 K-pop으로 넘어왔지만 그 무렵 젊은이 들은 X-japan이나 아무로 나미에의 노래를 듣고 일본의 문화에 매료된 시기였다.이제는 나이만큼의 취향과 쌓아 올린 책들이 무언가를 고를 때 큰 역할을 한다.오랜만에 하루키나 다자이 오사무의 책이 아닌 일본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벚꽃 지는 게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표지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물론 제목도 예뻤다.연애하기 바쁠 나이의 두 남녀와 벚꽃.남들은 다 벚꽃 보러 가는데 우리동네는 좀 늦게 피니까 나는 책을 들고 미리 맞아야겠다.봄맞이 가볍게 읽으려던 책은 반전의 반전과 삶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왔다.2004년 일본의 고령화로 흐르는 사회적 배경으로 엮은 추리소설이다.주인공 나루세가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아이코의 영감),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탐정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사건의 진상을 들여다 보았더니’ 호라이클럽’이라는 노인들에게 사기치는 불법판매 회사의 참상이 드러난다.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반전묘미라는 정도의 스포를 보며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갔다.내가 만족할 만큼의 반전이 과연 일어날까?웬만한 추리소설을 섭렵한지라 궁금증을 안고 읽으면서도 트릭이 존재 할 것이라는 촉을 세우고 읽었다.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입을 모아 대단하다고 하는 이 추리소설의 반전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사람들이 가지는 ‘선입견’이-인간의 사고회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걸려드는 게 있구나 싶었다.미투로 번진 페미 에서도, 노인인구증가와 청년실업을 안고 사는 사회에서 ,제주도 난민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사회적 차별과 우리의 선입견,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의식적으로 깨어있길 바라지만 결국 나는 게임에서 진 사람처럼 암담했다.내가 상상하지 못한 반전에 나의 속을 들킨 것 같은 느낌. 편견에 있던 나의 실체가 드러난 것 같았다.그러나 너무 침울해지지 말기를우리는 작가의 철저한 계산과 구성의 트릭에 걸려든 것이며 곧 감탄 할 것이다.제목과 표지에서 오는 아름다움에 갇혀……“당신은 말이야, 죽고 싶다느니 이제 인생은 끝이라느니 하며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실은 삶에 무척 집착하고 있어……삶에 애착…..말하자면 아직 인생을 포기하지 않은 거지. 아니. 포기 할 수 없는 거야…..나는 당신의 그런 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그 생명력에 매력을 느껴……-P448 “그 사람은 특별하잖아요.”“그럼 나도 특별해야지……..”“당신은 정말 모든 걸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시는 분이군요”“…..나는 좀 특별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간단히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고. 포기하는 건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늦지 않잖아…………”“최근에 벚나무를 본 적 있어?”...꽃을 보고 싶은 녀석은 꽃을 보며 신나게 떠들면 된다. 인생에는 그런 계절도 있다.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지금도 벚나무는 살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벚나무 이파리는 찬바람이 불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P458제목과 표지가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로 마무리되는 책 이였다.-인생의 황금시대는 흘러가버린 무지한 젊은 시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미래에 있다. - 린위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