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Oliver W. Sacks가 세상을 뜨기 전 작성한 회고록이다. 그의 삶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책의 제목처럼 'on the move'였다. 그는 불사조처럼 열정적이고, 역동적이었지만, 수줍음도 많고 여러가지 콤플렉스로 시달리기도 했다.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서전인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글을 쓰기 때문에 자신의 업적은 더 부각시키고 싶은 경우가 많고,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나 실수 같은 것은 감추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이 책에서는 자신의 업적은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숨기고 싶었던 부분들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특히 본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자신의 형인 마이클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어서, 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다는 것과, 그런 이유로 자신의 방에 박혀서 화학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숨길 수도 있던 부분이었지만, 담담하게 기술한 것을 보면 그 부분들이 그의 삶이 미쳤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여름에 우는 매미는 겨울을 알 수 없다'라는 말처럼 본인이 경험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는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체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Sacks본인이 성소수자로 살았었기 때문에, 소수로 분류된 사람들인 그의 환자들에게까지 깊은 애정을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 또한 환자를 둔 가족이었기에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연민을 한층 더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 감동있게 봤었던 영화 <사랑의 기적>의 원작인 Awakenings의 작가가 Oliver Sacks였다는 점과, <뇌와 의식의 재발견>이라는 장에서 에덜먼의 <신경다윈주의>를 통해서 인간의 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점, 마지막 장인 <집>에서 빌리와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보통 회고록이나 자서전인 경우에는 시간 순서로 글이 짜여져 있으나, 이 책은 소주제를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어느 시대 혹은 시기를 이야기하는지는 기억해 두면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제목이 우리말로 '온 더 무브'인데, 영어를 우리말 발음으로 적어놓은 책들을 보면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말에 맞는 제목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영어 발음을 적어놓은 번역서들을 보면 왠지 성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번역가인 이민아씨는 내용이 너무 좋아서 빨리 독자들께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탈자가 눈에 띄었다. 보통 번역이 반역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정도는 무난하게 번역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원서를 사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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