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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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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섬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보았다. 인천공항을 떠나서도 비행기를 두 번 더 갈아타야 도착하는 그곳도 사람이 살아가고 따뜻한 정이 있는 곳이었다.
낯선 땅에서의 낯선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다. 그래서 책 소개에서처럼 '바쁘게 걷다 잠시 벤치에 앉아 느끼는 바람 같다(김도영 감독)'는 말이 공감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따뜻하고 여유로운 그곳이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지만 언젠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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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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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따뜻하게 남아 있는 순간들에 대해서. 그러면 바닥이 꺼질 것 같은 순간이 와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힘 정도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쓸고 세탁기를 돌리는 평범한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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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않아서라고 하지만, 나는 그저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싫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기대를 저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그랬는데.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행복해지는 일보다 행복해 보이는 일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런 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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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일,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 가능한 태도로 표현하는 일. 아마 자주 짜증이 나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반복해서 실패하겠지만, 그 일을 계속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내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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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면 엄마와 딸의 관계는 너무 불공평하다. 사는동안 한 번이라도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날이 올까. •••••• 정말 이상한 일이다. 멀어져야만 되레 애틋해지는 관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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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와 함께하는 여행은 자식의 마음과 부모의 체력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일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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