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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평점 :

읽기 전부터 정말 기대감을 많이 가진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받고서 표지와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정말 뛸듯이 기뻐했고 반가웠다.
평소 소설을 읽는 것뿐 아니라 쓰는 것 또한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쓴 작가들은 어떤 방에서 그 명작을 탄생시켰을까. 내가 특히 좋아했던 작가의 공간은 어떤 물건들로 채워져있을까. 책을 기다리고 받아보기 전까지 많은 궁금증과 상상이 머리속을 부유하는 듯했다.
액자 같은 프레임 안에 놓여진 일러스트는 마치 미술관에 걸린 그림들처럼 비밀스럽고 신비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표지의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수많은 작가들의 방을 묘사해낸 일러스트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만약 이 작가의 방이라는 책 내용에 글만 있었다면? 물론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겠다.
하지만 여기서의 작가의 방이라는 공간은 실제로 존재하는 구체적인 공간들이다.
가상이 아닌 실제 공간을 서술한 것이기 때문에 나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대부분 독자들이라면 각자의 머리에서 구상한 두룽뭉술한 이미지보다는 정확히 어떤 분위기인지 구체적인 이미지를 더 원했으리라 생각된다.
제임스 오시스 작가가 그림으로 묘사한 작가의 방은 그런 면에서 정말 잘 어울렸다. 복잡한 것들을 세세하게 빠짐 없이 그리기보다는 그 작가의 특징적인 부분을 포인트 잡아 직관적으로 보여주어서 쉽게 이해가 잘 가서 좋았다. 그리고 우리가 모를법한 물건들이나 상상하기 힘든 부분도 제임스 작가님이 그린 이미지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작가들에게는 저마다의 의식 세레머니가 있다는 문구가 조금 재미있게 들린다. 누구는 연필을 한다스씩 깎고 누구는 커피를 마시고 누구는 썩은 사과의 냄새를 맡아야 글이 써지고...
형태는 다르지만 작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라는 중요한 의식을 위한. 준비운동 같은 단계.
작가. 글쓰기라는 작업에 진심을 넘어서 집착과 광기를 가진 사람들의 방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마음놓고 엿볼 수 있다. 하기사 방구경은 꼭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단순 지인, 혹은 일반인이었어도 흥미진진할법 한데 작가의 방은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더 재미있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쓴 작가들의 방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