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김정훈 옮김 / 호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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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평단 필사 마지막 날이다.12월 한 달간 필사를 진행했다.

핑크책의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죽음'에 대한 책이라니.


나는 늘 시간에 쫓겨서 의무감에 하기엔 버거워서 '내돈내산'으로 필사를 시작했고, 4주 동안 다행히 완수할 수 있었다.

새해를 앞 두고 굳이 '죽음'에 대한 철학책을 꺼내든 이유는,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언니는 내가 첫 애를 낳고 50일 째 되던 날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렸다. 타인에게 골수이식과 폐이식을 받고 흔하게 겪는 온갖 부작용과 자가면역공격으로 인해 신체 장기 하나씩 하나씩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올해로 꼬박 큰 아이의 나이 만큼 십칠 년간 생존해 있다.


나처럼 아픈 가족이 있는 경우, 

남은 가족들은 죽음의 불안감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다. 

걱정 되지만 무엇을 대신해 줄 수 없는 무기력감. 

자주 찾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하지만 오늘도 살아서 목소리를 듣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나는 이 지긋지긋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맞서 싸우고 싶었던걸까. 아마도 그런 맘으로 이 책 읽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알고 나면 조금은 덜 두려울까! 더이상 두려워 쫄지 말고 세상을 응시할 수 있을까.


마지막 챕터 제목은 

"사랑과 자유와 신은 죽음보다 강하다" 이다.

저자는 죽음의 끝에서 사랑을 외친다.


생명의 순환과 교환의 원리로서, 사랑은 멈춘 의식에 완성과 실현의 추가 기회를 줍니다. (641p)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는 '죽음'이 금기어라든가, 

형이상학적으로 신비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뭔가 만지고 느낄 수 있을 법한,

우리 곁의 친구같은 이미지랄까. 

그래, 친숙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지금은 꽤 죽음에 대해 안다고, 

친숙하기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중반 쯤 나의 언니는 그토록 염려하던 신장 기능이 안좋아져서 투석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새해 예약했던 스키장은 취소 하자. 

겨울 눈내린 발왕산이 너무 예쁜데 아쉽다. 내년 봄 여수 바다나 보러가자" 

 

그렇게 나는 또 기약 없는 약속을 한다.

그렇게 죽음으로부터 유예를 받는다.



결국 우리 인간은 유한하다.

하이데거의 실존주의처럼 인간은 이 세상에 툭, 떨어진 것에 대한 '부조리'함에 억울해 하다가도

내가 이 세상에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한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살아 숨 쉼에 신께 감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인간들은 끊임없이 자각한다.

'실존하라!'

죽음을 기억하라!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그대를 찾아올지 모르니,

늘 깨어있으라.



결국 죽음은 끝이 아니며, 

사랑한다면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음을 위한 정신적 선물을 낳는다. 


다음 세대에, 자녀에게,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우리의 기억과 사랑을 남겨주는 것이다.그렇게 죽음과 동시에 탄생은 이어나가는 것이다. 


[인상적인 문구]

그러니,

짐을 싸고 마지막 준비를 하세요. 

야전에서 돌격을 앞둔 병사처럼, 떠날 채비를 하세요. 

곧 호출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 217쪽)

그러니,

짐을 싸고 마지막 준비를 하세요.

야전에서 돌격을 앞둔 병사처럼, 떠날 채비를 하세요.

곧 호출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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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김정훈 옮김 / 호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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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지긋지긋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맞서 싸우고 싶었던걸까. 아마도 그런 맘으로 이 책 읽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감탄할 수 밖에. 이젠 죽음은 나의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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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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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선명한 악몽이 현실이 되어 마주하는 순간


"사악 사악-!"

아까 꿈의 연장선이었다. 종이를 자르는 소리와 사람 피부를 가르는 소리는 꽤 비슷하다. 그래서 꿈은 나에게 여러모로 잔인했다.


꿈을 꿨어.

검은색 그림자가 우리집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왔어.

그 그림자는 문을 열고 선채 나를 보고 있어.

나는 누워있는지 그가 내려다 보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일어나 문을 닫고 싶어. 그래서 일어나서 문 앞에 섰어.

그림자는 딱 베란다 문 밖에 서 있고 문을 연채 가만히 서 있었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너무 차갑고 추운데. 

나는 그가 잡고 있는 베란다 문을 닫으려고 했어. 꿈쩍도 안하는거야.

아침에 눈 뜨니 카톡에 내가 쓴 메세지가 보인다. 

영어로 자동 번역되어 써진 메세지. 

"I had a nightmare"

어딘가로 나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던걸까?


이 책을 읽고 새벽에 꾼 꿈이다.

아. 난 왜 하필 스릴러를 읽은 것일까?


스릴러는 뒤틀린 인간의 욕망을 보이지 않게 감춰놓는다.

세상을 움직이는 욕망, 질투, 혐오, 기만, 편견을 잔인한 형태로 가공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소 내가 읽는 장르는 아니지만 다양성을 위해 용기를 내보았다. 게다가 여름에 선택한 서평책을 한 겨울에 읽다니...

여름에 보려고 꺼냈다가 소름 소름 돋는 표현들에 쫄아서? 

마음 진정 시키고 읽겠다며 조용히 넣어뒀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난줄 모르고 책상 정리하다 찾아냈다.

ㅠ_ㅠ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왜 스릴러는 여름 보다는 겨울이 어울리다고 느껴지는걸까?

모두가 행복하고 들뜬 연말에, 새로운 희망과 다짐이 솟구치는 새해를 앞두고 말이다.

누군가는 쓸쓸하고 소외되고 더럽게 추운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스릴러는 겨울에 읽는 맛이 더 좋다고 생각된다.

모두가 희망에 찬 연말연시에! 나는 따뜻한 방구석에 누워 귤 까먹으면서 스릴러를 읽는다. 이게 참으로 힐링아니면 뭐겠어?


책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스릴러는 특히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숨은듯 감춰진 살인마를 찾아 독자들은 여기저기 탐색하게 된다.


이 책은 다양한 살인 방식을 새의 눈으로 관찰해서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은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살인의 현장을 함께 관찰하는 듯한 착각을 느기게 된다. 또한 살인자가 누구일지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는 묘사가 넘쳐난다. 그 배경에는 보육원의 살인 사건까지 연결된다. 온 세상이 숨겨온 비릿하고 잔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누구나 소름 돋게 될 것이다.


추천대상

-스릴러와 공포소설을 사랑하는 분

-독특한 관점의 스릴러를 즐기고 싶은 분

-연말연시 약속없는 집순이 집돌이들

-차가운 겨울 내 마음을 더 꽁꽁 얼리고 싶은 분

-세상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지루한 분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chae_seongmo) 서평단을 통해 델피노(@delpinobooks)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 입니다.



"사악 사악-!"
아까 꿈의 연장선이었다. 종이를 자르는 소리와 사람 피부를 가르는 소리는 꽤 비슷하다. 그래서 꿈은 나에게 여러모로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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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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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릴러는 여름 보다는 겨울이 더 읽는 맛이날까?
모두가 행복하고 들뜬 연말에, 새로운 희망과 다짐이 솟구치는 새해에!
누군가는 쓸쓸하고 소외되고 더럽게 추운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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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정복 - 치료제 개발에서 정식 승인까지
시모야마 스스무 지음, 한세희 옮김, 임재성 감수 / 북스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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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이 책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과정과 정식 승인까지의 내용을 담은 정보서이다. 그러나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저자 시모야마 스스무의 탁월한 글솜씨 덕분에 어렵고 전문적인 신약 개발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문에서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사례로 일본의 요코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이 가족은 40대 후반에 발현되는 알츠하이머로 고통받았다. 요코는 41세부터 건망증 증세를 보였고, 48세에는 거의 말을 하지 못하고 보행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사망 후 부검 결과, 그녀의 뇌는 일반인의 절반 크기에 불과했고, 알츠하이머의 전형적인 병변인 노인성 반점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질병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알츠하이머와 치매 환자 증가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7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는 과거에는 생소한 병이었지만, 이제는 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45년 이후 대한민국의 노인 비율이 37.3%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의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킨다.


신약 개발의 시작과 도전



알츠하이머 연구는 1981년, 알츠하이머 박사가 환자의 뇌 속에서 발견한 ‘노인성 반점’을 분석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원인 물질로 밝혀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병변 사이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가 지속되었다.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밝혀졌고, 연구자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에자이 제약사의 도전


에자이 제약사의 연구원 스기모토는 개인적인 동기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의 노력 끝에 알츠하이머 최초의 치료제인 ‘아리셉트’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약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였다. 그는 이후 근본 치료제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아 도전을 이어갔다.

흥미로운 사례로는 과학자 데일 셍크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아밀로이드 베타를 주입하는 백신 요법을 고안했다.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는 아두카누맙 임상 시험을 앞두고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헌신은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과 교훈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며,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도전이다. 또한,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특허 절벽’ 현상이 발생해 제약사의 수익이 급감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지만,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책이 주는 메시지


이 책은 알츠하이머의 원인, 증상, 치료제 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환자와 가족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조명한다. 또한, 최신 연구 성과와 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나는 최근 이 책을 읽으며 2024년 12월 16일부터 알츠하이머 신약 ‘레카네맙’의 처방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막막함보다는 희망을, 의심보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결론



<알츠하이머 정복>은 치매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과 관리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예방과 더불어 환자와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치매라는 도전을 함께 극복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북스힐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우리는 실패에서 배우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아두카누맙은 바피네주맙과 솔라네주맙의 실패에서,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의 실패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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