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8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
#협찬도서 #다산책방 #토지18권

만약 내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조선인이었다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독립운동가가 되었을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침묵했을까, 아니면 시대에 굴복했을까. 《토지》 18권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 조용히 던진다.

독립운동으로 옥살이를 마친 여옥은 몸은 부서질 듯 쇠약해졌지만, 자신의 삶만큼은 진짜였다고 말한다. 반면 명희의 오라비 명빈은 지식인으로 독립운동을 꿈꾸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간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신념을 지키는 방식도, 무너지는 모습도 모두 다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민족의 배신자 김두수였다.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밀정과 형사 노릇을 하며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이고, 조선 여인들까지 팔아넘겼던 그는 결국 치매와 욕창에 시달리며 초라한 죽음을 맞는다. 그의 비참한 최후는 어쩌면 응당한 결말처럼 보이지만, 막상 마지막을 마주하니 한 인간이 그런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 묘한 연민마저 느껴졌다. 선과 악으로만 사람을 재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토지》의 힘이 아닐까.

길상이 독립운동으로 떠난 뒤 감옥에서 돌아오기까지, 서희는 홀로 환국과 윤국, 양현을 품어 키워냈다. 하지만 윤국과 양현을 혼인시켜 끝까지 가족으로 곁에 두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생의 딸이자 이상현의 사생아인 양현과 백정의 손자인 영광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신분과 편견이라는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한다. 시대는 사람의 운명뿐 아니라 사랑까지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홍이 부부가 잡혀간 뒤 풍비박산이 난 집안에서 장녀 상의는 두려움을 견디며 글쓰기로 자신의 세상을 지켜낸다. 총을 들지 않아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대를 견디는 사람들이 있었다.

《토지》는 결국 땅을 잃고도 살아남아야 했던 민중의 이야기다. 이름난 꽃이든 이름 없는 들풀이든 저마다 뿌리를 내리고, 누군가에게 꺾이고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다시 다음 세대로 생명을 이어간다. 그 강인한 생명력이야말로 《토지》를 관통하는 가장 큰 힘이다.

어느덧 18권을 덮고 마지막 두 권만을 남겨두고 있다. 처음 만났던 인물들의 삶은 어느새 3세대로 이어졌고, 전쟁은 더욱 거세지며 사람과 물자, 그리고 민족의 이름마저 앗아가려 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으로 삶을 완성하게 될까.

긴 여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지금, 아쉬움과 기대를 함께 품고 마지막 두 권을 펼쳐보려 한다.

*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