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6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도서 #다산책방 #토지 #박경리대하소설

16권은 평사리 주민들의 3대 자녀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서희와 길상이 부모 세대였다면, 이제는 그다음 세대의 자녀들과 주변 인물들에게로 서사의 무게가 옮겨간 것이다.
1940년경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더욱 거세진 일제의 탄압은 흔히 ‘민족말살통치기’라고 불린다. 그만큼 일본은 조선을 병참기지화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전쟁으로 물들였다. 내부적으로는 밀정과 친일파를 양성했고, 같은 조선인이 서로를 밀고하며 마을은 점차 쑥대밭이 되어갔다. 작품은 이처럼 역사의 생채기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우리 민족의 삶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깊이 있게 그려낸다.
송광수의 죽음 이후 비춰지는 영광의 고뇌도 인상 깊다. 책을 사랑하고 철학적 지식도 풍부했던 그는 결국 떠돌이 악사가 된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이 조선 땅에서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옥상에 올라 달빛을 바라보며 음악을 포기하고 떠나간 다른 악사를 떠올리는 장면은 무척 쓸쓸하다. 결국 그 역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에게 미래란 더 이상 희망의 이름이 아닌 것이다.
봉선(기화)의 딸 양현 역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곱게 자랐지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는 하동을 찾아가 냇가에 꽃을 바친다. 자신을 떠나간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끝내 자신을 외면했던 매정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렇게 그리움을 흘려보낸다.
서희는 양현을 정성껏 키웠지만 결국 본래 아비의 가문인 이사부댁으로 호적을 올린다. 은연중 윤국과 양현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평사리로 돌아오던 중 박의사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왜 자신은 박의사를 회피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쏟아놓은 감정을 그의 가슴에 주워 담아주듯 그런 태도로 일관했는가.”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되돌리던 끝에, 서희는 결국 자신이 박의사를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자신 때문에 불행을 선택하고 끝내 죽음으로 사라진 남자. 그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와 구천이의 사랑 또한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평생 눈의 여왕처럼 사랑을 주지 않을 것 같았던 서희조차 결국 박의사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 셈이다.
길상은 우관 선사의 유언이었던 관음탱화를 완성하며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삶의 본질이 원력이라면 슬픔과 외로움 아니겠나. 자네 부친은 원력을 걸고 한 일이었네.”
처음이자 마지막인 관음탱화를 완성한 길상. 그 역시 자신의 생애 과업을 마침내 이루어낸 것이다.
이처럼 16권은 부모 세대가 지닌 각자의 한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승화해 가는 모습이 특히 의미 깊게 다가왔다. 이제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역사의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나갈 차례다. 다음 권을 기대하며 16권의 긴 여운을 조용히 덮어본다.


*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