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내게 말했어 ㅣ 밝은미래 그림책 64
클레오 웨이드 지음, 루시 드 모예코트 그림, 김지은 옮김 / 밝은미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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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길이내게말했어 #밝은미래 #클레오웨이드

<이 땅에 길을 잃은 나그네를 위한 안내서>

언제였나, 이제는 기억도 가물 가물해.
나는 당시 이혼을 준비 중이였고,
숙려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가정 법원에 출석해 심리상담을 받았다. 앞이 보이지 않았고, 깊고 질척한 늪으로 빠져드는 기분, 딱 그랬다.

마지막 상담 때 나는 평소보다 5분 늦게 출발했을 뿐인데 법원 정문은 차들로 가득했다. 주차장은 만차였고, 꼬리를 이어물고 주차 대기중이던 나는 주차관리인에게 차선을 변경해서 뒤로 줄을 다시 서라는 말을 들었다. 왜 하필 나부터 잘린걸까? 명확한 거절의사를 당한 나는 법원 앞에서 차를 돌리려했다. 하지만 불법 유턴은 안될거라 생각해서 조금 도로로 가서 유턴선이 나타나길 바라며 차량을 이동했다. 웬걸, 유턴 차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대로 나는 더 큰 고속도로로 내달렸다. 일산을 벗어나 임진각 표지판이 나타나자 무서웠다. 이대로 판문점까지 가는건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난 고속도로에서 차를 돌릴 수 없었고 그대로 내달렸다. 자꾸만 목적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꼭 내 인생 같았다. 약속된 시간은 40분이나 지났다. 마침내 킨텍스로 빠져서 다시 차량을 돌려 나왔다. 겨우 법원에 도착한 나는 상담사님께 연락이 닿았다.
"길을 벗어나서 너무 늦었어요."
상담사님은 차분하게 말씀하셨다.
"괜찮아요. 늦었지만 이렇게 도착했잖아요. 좀 벗어나면 어때요. 결국 인생은 목적지까지 오기 마련이죠"
그 말을 듣고 나는 펑펑 울었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왜 그때 그 일이 기억나는 걸까.
이 책은 마치 인생에 만난 길이 친절하게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같다.

가보지 않은 길, 낯선 길
그럴때가 있다. 어느 날 보통 때처럼 집으로 가던 길에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그 길로 걸어본 적 있나?
헤맬 수도 있고, 막다른 골목길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론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혹은 길 잃은 고양이를 친구로 삼을 수도 있다. 우리의 인생은 늘 정해진 길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나는 선택할 수 있다. 어떤 길로 갈지, 선택의 주인인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길 잃은 나그네들을 위한 안내서다.

잘못된 길로 가더라도 걱정 말라고 위로해 준다.
용기를 내서 나아가라고, 응원해준다.
넘어져도 창피해 말라고 누구든 어디쯤에 넘진다고 말한다. 지치면 쉬어가라고 조언해준다.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길가의 민들레 꽃씨를 친구 삼아 소개해 준다. 사계절의 시간 동안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자라고 변한다고
너도 곧 날개를 가질거라고,
그러니 길을 떠나라고 말한다.

"계속 가, 묵묵히 그 길을 가 봐. 넌 할 수 있어"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아름다운 장편 시를 읽는 느낌이다.
마흔이 넘은 나도 감동이다.
이 책은 지구별에서 길 잃은 나그네를 위한 안내서다. 새로운 첫발을 딛는 어린 친구들, 사회 초년 생들, 나처럼 마음 속 덜 자란 아이를 품은 어른들.
길 잃고 방황하는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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