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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4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협찬도서 #다산책방 #토지 #박경리대하소설
"우주 만물이 막힘이 없이 돌아가야 그래야만 모든 생명들 거하는 곳이 극락도 되고 천국도 되고."
우리나라 국토 지도를 보며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해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굵직하게 척추처럼 내려오는 태백산맥과 가로 지르는 크고 작은 산맥, 강, 하천 그리고 한반도를 삼면이 감싸고 있는 모습. 꼭 엄마 뱃속 태아의 엑스레이 사진 같기도 하다. 사람의 혈맥을 타고 내리듯, 거대한 산맥부터 자잘한 하천까지 한데 어우러져 생명체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박경리의 토지는, 우리 민족의 해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지 14권의 내용은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로 인해 한층 더 복잡한 인간관계도가 펼쳐진다. 일제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 각기 인물들은 다른 행동을 취한다. 일본에서 작위까지 얻은 귀족 가문의 조용하, 그의 동생 조찬하는 형과 자신의 가문을 싫어하만 결국 자신 또한 일본 여자를 아내로 얻고 풍족한 삶을 살기에 모순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조용하의 아내 명희는 결국 이혼 후 그 집을 탈출하여 시골의 선생이 된다. 명희의 제자 인실은 원산총파업과 같은 노동 쟁의에 연루되 감옥에 갔다가 나와 조용하의 회사에서 노동을 한다. 조용하는 인실을 만나고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같은 쾌감을 느끼지만 그와 함께 자신은 이제 늙고 힘이 사라졌다는 절망도 느낀다. 인실의 오래된 연인 오가타는 일본인의 신분임에도 인실의 곁에서 사랑을 지키고자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함께 헐어버릴 수 없는 역사의 벽을 느끼며 좌절감을 느낀다.
결국 읽히고 설킨 토지 속 인물들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친일파, 밀정, 변절자가 되어 살아가고 혹은 독립운동가, 애국자가 되어 감옥에 간다. 그들 사이에 그 모든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방관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죄책감, 무력감, 모멸감을 느낀다. 결국 진정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셈이다.
조선과 일본의 역사 문화 사상 민족성도 박경리 작가의 통찰력으로 예리하게 꿰뚫고 있다. 이제 출소한 길상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된 인물로 재편될 토지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