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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날은 맑았지만, 괜스레 물어본다 ㅣ 다시 시인들 10
박찬호 지음 / 다시문학 / 2025년 12월
평점 :
#협찬도서 #다시문학 #박찬호
#오늘따라날은맑았지만괜스레물어본다
시인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찰나를 건져 올리는 사진사처럼,
시인은 언어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뜻밖의 장면을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박찬호 시인의 시에는
유독 오래 머무는 따뜻한 온기가 있다.
시선은 늘 흔하고, 낡고, 닳아버린,
그래서 더 외로운 자리로 향한다.
보름달 빵을 좋아하던,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삼촌
가문비나무 아래 떨어진 작은 열매
수국과 할미꽃 사이에서 피어난 구절초
외롭게 맞이한 육십 번째 생일
죽음이 일상이 된 병동의 풍경
차마 욕이 나올 만큼 안타까운 동생의 하루
시인은 이렇게 소외된 이웃들의 삶을 가만히 불러낸다.
시의 소재는 결국 누군가의 인생이다.
평범한 다큐가 되었다가,
안방극장의 조연이 되었다가,
어느새 우리 엄마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오랜만에 걸려온 안부 전화 속 친척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은 삶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는 감동과 웃음,
쓸쓸함과 외로움이 겹겹이 담겨 있다.
박찬호 시인은 이처럼
친근하지만 자주 잊히는 존재들을
시의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누군가는 말했다.
매일의 날씨를 읽는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유독 민감하다고.
박찬호 시인의 섬세한 감각은
그날의 공기를 고스란히 시로 바꿔 놓는다.
눈 내리는 풍경,
진눈깨비,
유난히 맑았던 하루,
한여름 떡집.
그날의 날씨는 감정이 되어 전해진다.
눈을 보며 뛰노는 앞집 아이와 개,
더운 날 떡이 쉴까 노심초사하는 떡집 주인.
한 편의 시는 그렇게
눈앞에서 천천히 한 장면으로 펼쳐진다.
하루에 시 한 편.
읽다 보면
거칠었던 하루가 조금 말랑해진다.
그리고 문득,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위로를 받는다.
이것이 시의 힘이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에 닿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