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0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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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도서 #다산책방
토지 10번째 책은 깊어지는 가을에 어울리는 고흐 해바라기 그림이 그려져있다. 해바라기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해바라기는 강렬하게 불타듯 피어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검게 변하고 모든 잎들은 허리를 꺾은채 바닥에 흩어진다. 토지 속 인물들의 삶이 딱 해바라기 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의 스토리에 비해 10번째 토지의 내용은 크게 변화하는 스토리 대신 더 다양한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세대 교체기 막바지에 이른듯 아버지 세대는 가고 3세대가 바톤을 이어받아 교체된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중점으로 살펴보자.

[환국]
서희 길상의 아들 환국은 서울의 K학교 입학에 성공한다. 그는 라이벌 순철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종놈'이라 모욕하자 격분해 때린다. 순철이, 그의 모와 서희는 병원에서 만났을 때 자초지종을 듣고 서희는 말한다. "환국이의 아버지는 종이 아니다. 그리고 나라 위해 몸을 바친분이다."
소리 죽여 눈물 흘리던 서희는 길상이 평사리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토록 보고싶고 그리운 남편이지만 독립운동 위해 일하는 남편이기에 끝끝내 참아내고 만나지 않는다. 그게 진짜 사랑아닐까?

[서희와 길상]
토지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이 등장한다. 서희는 자신을 어린시절부터 돌봐준 길상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였기에 신분을 초월해 결혼한다. 하지만 자식을 둘 낳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길상은 다른 길을 선택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미래의 목표가 달랐기에 헤어진다. 그 이별은 단순히 감정의 변화라든가 서로의 신뢰가 깨지는 이별이 아니다. 서희는 자신의 가문의 복수를 위해 다시 토지를 찾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길상 역시 부농으로 편안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조국을 위해 움직인 것이다. 서로의 도움없이 스스로 일어서되, 각자의 삶을 응원해주는 것, 그 부분이 나는 인상적이었다.

[신여성 명희]
때로는 인정의 욕구에 목말라 신여성의 삶을 살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명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품던 상현에게 고백 후 거절 당하자 가장 현실적인 남자 돈많고 가문 좋은 조씨 집안 며느리가 된다. 남자는 재혼이다. 명희는 그의 곁에서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스스로 삶에 확신없이 살던 것처럼 더욱더 정체성 상실 중이다. 사랑 없는 결혼생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본질, 신여성으로서의 모습 등 여전히 그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내적 고민을 이어간다. 그런 명희를 만난 학창 동기 여성들은 "세상에, 주늑 든 사람같이 왜 저 모양이야?"라고 묻는다. 하지만 난 명희의 이런 변화가 오히려 반갑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삶에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적선과 자선의 차이란, 사랑 없는 조건 좋은 결혼 생활이란, 가사과와 의사의 길은,.... 구한말 신여성으로서의 삶을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오히려 그 당시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유일한 캐릭터란 생각이 든다.

[기생 기화(봉순)]
기생으로 살던 기화(봉순)는 자신이 사랑했던 상현의 아기를 낳아 키운다. 그에게 알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키운다.

[홍이, 장이, 보연]
홍이는 장이를 애써 잊고 보연과 결혼해 딸도 낳는다. 직업은 트럭운전수. 자신의 꼬인 인생을 어떻게든 평범하게 이어나가려 하지만 일본으로 시집간 장이가 자신을 찾아오자 또 다시 애정에 불타 일을 치른다. 장이의 시댁 식구들이 알고 난리를 피우고 동네사람들에게 불륜을 들킨다. 세상 사람 등지고 숨고 싶은데 오히려 보연은 홍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를 지극정성 돌본다. 자신의 아버지 용이와 똑같은 잘못된 선택을 하는 홍이.
참 닮았다는 생각, 그리고 안타깝고 화도 난다. 그의 이런 사랑에 대한 부분에 있어 우유부단함은 주변 여자들을 더욱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홍이와 결혼한 보연이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지고지순함으로 승리자란 생각이 든다.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과 이별, 새로운 삶의 선택들로 다음편이 또 기다려진다. 깊어가는 가을 토지를 읽길 권한다.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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