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는 사춘기가 어렵다 -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가 서로를 이해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남현주 지음 / 설렘(SEOLREM) / 2025년 3월
평점 :
#도서지원 #설렘 #슬로디미디어
@slodymedia
내 나이 마흔 둘
올해 둘째 딸이 중학생이 되었다. 작년 겨울부터 사춘기가 세게 오신 따님은 내앞에선 '선택적 함구증'을 보이셨다. ㅡㄴㅡ;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은 다른 상황에서는 말을 하면서도 다른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말을 개시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그 일이 시작된 계기는 교회 겨울수련회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딸은 수련회를 완강히 거부했는데 안가겠다고 침대에 납작 붙어 있는 딸을 나는 "무 뽑듯이" 그대로 들고 강제로 이동시켰던 것이다. 금쪽이 방송에 나올법한 현장이었다. ㅜㅜ
어쨌든 사춘기 딸은 자신이 맘에 안들거나, 불리한 상황, 귀찮거나, 냉소적인 등등 아주 쉽고 간단하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내게 취했다.
사실 "무 뽑힌 사건"이 아니여도 냉소적인 무반응은 이 책의 내용처럼 사춘기 10대 아이들의 흔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하루 일찍 읽는 거었다. 그랬더라면 오늘 이 사건은 피했을지도 모르겠다. 평상시 보다 일찍 퇴근한 나는 휴일 전 주말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려고 장을 보고 차돌박이 양념 구이를 열심히 했다. 식탁에 앉은 딸은 젓가락질 몇번 하더니 끄적거렸다. 나는 맛이 어떠냐고 물었고 딸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휴일에 약속 있냐고 물었다. 없으면 좋은곳 가서 외식하자했다. 여전히 말이 없다. 딸은 일어나 자기 밥그릇을 치우고 쇼파에 앉아 남편과 웃으며 티비를 보았다. 나는 몇번이고 이해하려고 노럭하다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들 앞으로 가 억한 심정을 쏟아부었다.
"너 왜 내 말에 대답 안해? 싫다. 좋다. 모르겠다. 대답할 수 있잖아. 내가 투명인간이야? 니가 뭔데 날 무시해? 나도 사람이라고!" 큰 소리 대신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서럽게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속상하고 비참했다. 육아전문가의 말처럼 우아하게 아이를 기다려주는 태도 따위 난 못하겠다. 이 답답하고 외로운 현실에서 당장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나 가출할거야. 이렇게는 더 이상 못 살겠어."
엄마가 된다는게 이렇게 힘든건줄 알았다면 절대절대 안됐을거다. 배움도 없이 준비도 없이 덜컥 부모가 되고, 자동으로 좋은 엄마로 변신하길 바랬다니 나같은 어리석은 엄마가 어딨을까.
그런데 있다. 아니, 많았다.
수 많은 선배들이, 내 또래 친구들이, 이미 사춘기의 전쟁을 치르고 휴전을 맞이하고 혹은 승리하고, 혹은 평화를 되찾은 것이었다.
이 책은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올바른 방법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나 같은 미성숙한 초보 엄마가 사춘기 자녀와 함께 촤충우돌 전쟁을 치른 일기장이다. 나처럼 눈물 콧물 뽑으면서 치열하게 싸우고, 버티고, 패배하고, 좌절하고, 다시 아이로 인해 치유 받는 에세이다. 우리는 이 경험담을 읽으며 나 같은 엄마들은 세상에 많구나, 하는 동병상련의 위안을 얻게 될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나는 연신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목차]
1부 사춘기가 왔다
2부 우리는 모두 처음
3부 사춘기와 갱년기
4부 오늘 밤에도 어느 집 거실에서는
사춘기가 찾아온 뒤의 변화된 모습과 낯선 자녀를 대하며 힘들어하는 저자의 모습은 감정이입을 충분히하게 만든다.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엄마 아빠라면 더욱 서로의 감정이 더 예민해져 충돌할 것이다. 나는 갱년기는 아니지만 마흔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와 반성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여유가 없으니 사춘기의 모난 마음이 뾰족한 가시처럼 내게 박힌다. 아이 앞에서 물어볼 땐 늘 마음 속으로 거절 당할 준비를 하고 묻는다. 스스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싶은 마음에 자괴감이 든다. 언제까지 이래야하나 싶기도하다. 하지만 에필로그를 끝으로 저자는 말한다.
"사춘기는 언젠가는 끝난다고."
전문가들은 사춘기를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나는 나 나체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사춘기 아이 때문에 나처럼 힘들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는 엄마고,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인상 깊은 구절>
내가 자란 때와 지금 아이들의 환경은 그 무엇도 같지 않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내가 살던
시절에서 빛의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사춘기라는 것을 포장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하게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도 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니까.
나와 다른, 그래서 불편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지 않아도 되고,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넣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니까.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부럽기도 했다.
[78쪽]
어느날 외계인이 우리 아이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아이로 바꿔치기 했다고 생각하보다.
이 엉뚱한 생각은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는 데 의외로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아이에서 청소년이 되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인격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사춘기 아이가 얼마나 혼란스러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80쪽]
*이 글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 #설렘 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