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푸른색 표지는 올해 12간지 중 푸른뱀을 연상케했다. 평소 직업 상 고전문학을 읽고 학생들과 수업하는데 보통은 참고서에 해석을 의존하곤 했다. 그때 마다 학생들은 내게 묻곤 했다."왜요?" 초등학생은 묻고 대게 중학생 이상이 되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쓰기 바쁘다. 겨울방학 중1 학생들과 단편소설 <남극의 겨울밤> 단편소설을 읽다가 <해와 달이된 오누이> 설화가 인용된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원래 이 남매는 셋째가 있었는데 호랑이에게 이미 잡아 먹힌것이다. 그 내용을 학생들도 처음 봤노라며 다들 놀라워했다! 그때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설화 속 숨은 이야기들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처용가의 해석은 왜 이토록 다양할까?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들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렸다. 한국의 신화, 설화, 민담 등 구전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옛 조상들의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이 바로 문학'이라는 기본 명제로 이 책은 시작한다. 과거 우리 민중들의 삶 속에 드러난 내면의 서사는 작품의 서사이자 자기서사가 된다. 저자는 나아가 작품서사를 통해 자기서사를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학치료학 이론을 도입하여 이 책을 구성했다. 결국 이야기를 통해 사회 현상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나아가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인간관, 세계관 즉 한국 철학을 담고 있다. 과거 우리 민족은 숱한 침략을 당했고신분제의 차별로 오랜세월 억압 당했다.산 속 호랑이 보다 무서운 것은 당장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거였다. 자신의 아내를 역신인지, 나랏님인지 모를 권력에게 뺏겼을 때 조차도 어쩔 수 없다며 춤 추고 노래하는 슬픈 민중이었다.호랑이처럼 착취하는 권력에 맞선 두 어린이를 해와 달로 만들고, 권력자인 호랑이를 죽음에 이르는 결말로 신분 사회 부당함에 저항했다. 이처럼 한국인이 사랑해온 신화와 설화를 통해 민중들의 긴 역사과정을 통찰력있게 해석한 부분에 나는 감탄했다. 특히 문학작품의 서사체제를 4가지 성격으로 분류한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적응, 순종, 관조, 실천 4개의 서사가 있다.이를 주체가 내면을 보는 수준에 따라 다시 2가지로 구분한다. 건강한 삶 : 성찰심화 vs 병리적 삶 : 성찰결여적응서사 : 선행의 삶 vs 탐학의 삶순종서사 : 안정적 삶 vs 굴종의 삶관조서사 : 초연한 삶 vs 방관,부도덕실천서사 : 창조적 삶 vs 독선 동학의 '사람이 곧 하늘' = 한국 철학 '사람이 바로 문학' 이 명제는 무엇보다 잘 와 닿았다.우리 고유 옛이야기 서사를 통해 한국어 철학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덮고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과거는 어떤 서사였는가? 그리고 남은 인생은 어떤 서사로 마무리하고 싶은가?"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쓴 주관적인 글 입니다. Tag#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다이내믹코리아#한국인의눈부신철학 #손석춘#철수와영희#한국철학#한국신화설화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