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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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삶은 옮긴이 '최고은'님의 말 그대로 '청춘의 열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1909년 대지주의 아들로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그의 형제자매는 모두 11명으로 다자이가 태어날 즈음 맏형과 둘째 형은 이미 죽고 없었다.
동경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했지만 방탕한 생활과 좌익 운동에 참가했다가 거듭된 유급과 수업료 미납으로 제적되고 만다.


예민한 감정, 약물 중독, 두 번의 결혼 실패, 여성 편럭, 생애 8번(4번이라고도함)에 걸친 자살 시도 끝에 1948년 서른 아홉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이미 1930년 연인과 투신자살을 기도했다가 연인은 죽고 홀로 살아남았다.
그때의 일을 소설로 쓴 것이 <어릿광대의 꽃>이다.


대체 무엇이 그를 그토록 죽음의 열망에 이르도록 부추긴 것일까?
스스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인간실격> 문구처럼 그는 끝없는 자기혐오에 빠져있었다.

다자이오사무의 소설은 특유한 문체가 있다.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세상을 향해 조소어린 말투로 권태롭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주인공 '나'는 부유한 도련님으로 자기가 가진 집에 월세로 '세이렌'이라는 작가를 들이며 겪는 에피소드이다. 제대로 월세도 안내면서 뻔뻔하기 그지없고 게으른 작가 세이렌은 자주 함께 사는 여자가 바뀐다. 놀랍게도 그 여인들은 뮤즈 역할이며 함께 사는 여인의 성향에 따라 세이렌의 말투와 행동거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기만적인 행동을 주인공 '나'는 냉소적이고 권태롭게 바라본다.
사실 세이렌은 다자이오사무 본인이며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처럼 고백체를 이용해 자의식과 자기혐오를 집요하게 묘사해내고 만다. 그래서 읽는 독자는 함께 권태로워지고, 지루하고,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나올 수 있다.


희망 없는 나날들.
허구의 소설을 통해 현실을 비웃는 작품을 통해 한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공감하게 된다.

왜 그의 젊음은 이리도 허무할까?
1930년대는 전쟁과 세계대공황으로 청춘들은 불행과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자에, 명문대 출신임에도 마르크스 사상에 빠져 좌익운동에 가담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부조리하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엉망진창 흘러가는 세상을 향해 젊은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웃음과 조소를 날리는 게 전부아니었을까?


그의 삶은 남들이 보기엔 소심하게나마, 저항이지만. 그의 내면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거였다.
이 소설은 오늘날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차가운 위로주 같다.


죽고 싶은 그가 듣고 싶었던 말은
'힘내'가 아니라, '나도 힘들어' 라는 공감이 아니었을까?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서평단을 통해 북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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