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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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큰일이다. 어쩐지 그의 팬이 되버린 거 같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x 청춘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렸다


<감상평>

누군가에겐 청춘이 아름다운 추억일지 모르지.

하지만 막상 청춘의 시기 그들은, 아니 우리들은,

몹시도 혼란하고 불안하고 견딜 수 없을정도로 외로웠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스무살, 그때 내 소원은 철없게도. '동반자살'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두 젊은 대표적인 작가이자, 불운하게도 일찍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 이라는 테마로 엮은 단편소설 이다.

뜨거웠던 8월의 여름 나는 이 두 권의 책과 씨름 아닌 씨름을 해야했다.

뭐랄까 8월 내리쬐는 햇살처럼 강렬하고도, 습도 90% 이상의 대기 상태마냥 축축하달까.

덥고 습하고 벗어나고 싶지만 결코 놓지 못했던 두 권의 책이었다.

애증이 무언지, 갈망이 무언지, 혼란이 무언지 알게 해준다.

그것이 결국 '청춘'이라는 덫에 걸린 젊은이들의 인생인 것이다.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그의 이름을 딴 일본 문학상은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1892-1913.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 차석 졸업.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문단에서 주목을 받은 기린아. 

말년 자조적인 작품을 많이 썼고 35살 짧은 생을 음독 자살로 마감한다.



<대표작품>

난 이미 단편소설 '라쇼몽'을 읽고 학생들과 독서 수업을 몇 차례 진행한 바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 원작 소설이기도 한 라쇼몽은 전란이 난무하는 헤이안 시대, 억수같은 폭우가 쏟아지는 '라생문'의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하러 그곳에 들른 한 남자(어느 하인)의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소설은 라쇼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들이었다. 

차라리 이 책을 먼저 읽고 라쇼몽을 읽었더라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진가를 더 잘 알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에 가둬버리기에 그는 너무나 문제적인 작가인 것이다!


<12개의 작품>

1. 짝사랑 : 그가 사랑한 것은 영화 배우 인가, 아닌가, 진짜 누구일까?

2. 게사와 모리토 : 사랑한 여자를 애증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고, 

   여자는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와타루(남편)를 죽이자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데

3. 귤 : 가난한 소녀가 2등석 칸에 타고 터널 속에서 창문을 힘겹게 열재낀 이유

4. 늪지 : 그 졸작이 걸작인 이유

5. 신들의 미소 : 이탈리아 선교사 오르간티노 신부를 통해 서양 문명이 쏟아지는 격변기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일본 고유 문화의 힘

6. 피아노 : 관동대지진 후 파괴적 공간에 남겨진 피아노는 여전히 예술의 생명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데

7. 점귀부 : 1부-광인이었던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 / 2부-어릴때 죽은 누나의 기억 / 3부-친이바저와의 관계 자전적 소설

8. 꿈 : 정신이 불안정한 화가와 모델의 이야기, 살인을 저지른 꿈을 꾼 뒤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모델, 혹시 그녀는 정말 죽은걸까?

9. 갓파 :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경험한 갓파(일본 요괴)의 세계와 현실 사회에 대한 풍자

10.신기루 : 구게누마 해변의 신기루는 과연 어떤 것을 보여주나?

11. 톱니바퀴 : 작가 본인의 실제 체험, 불안과 우울 그리고 자살을 희망하는 류노스케.


<특징>

류노스케는 단편 소설만이 가진 묘미를 극적으로 살리는 작가다.

소설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짧고 간결하게 설정한 뒤,

독자들을 단번에 그의 소설 속으로 흡입해버린다.

과거 시대로의 여행, 판타지 세상으로 전환, 자신이 미쳐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작가 등등 

그가 창조한 등장인물들은 매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요괴가 되고, 유령이 되고, 살인자가 되고, 미쳐가는 작가가 되어 있다.


<인상깊은 구절>

[톱니바퀴]

"그럼 왜 신을 믿지 않는 거야? 그림자를 믿을 수 있으면 빛도 당연히 믿을 수 있지 않아?

"하지만 빛이 없는 어둠도 있죠."


그건 내 일평생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내게는 이제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힘이 없다. 이런 기분 속에서 살아가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구 내가 잠든 사이에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 줄 사람 없나?

<277쪽>


그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어느날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의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아마도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것에 그리 놀라움을 느끼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옮긴이의 말]

그의 자살의 동기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자살자는 대체로 레니에가 그린 것처럼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모를 거야. 

그건 우리의 행위만큼이나 복잡한 동기를 내포하고 있어.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저 막연한 불안이야.

무언가 나의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 때문이지.

<321쪽>


<총평>

1920년대 작품으로 무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문체는 너무도 현대적이고 깔끔하다. 군더더기 하나 없다.

스토리 전개 또한 시대를 관통한 강렬함과 반전을 선사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이다. 어쩐지 그의 팬이 되버린 거 같아.'


이 책에 실린 12편의 단편은 그의 실존적 불안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청춘의 시기 젊은이들의 불안과 방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기가 지나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것일까?

난 여전히 이 세상 속에서 흔들리고 깨지는 존재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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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그건 내 일평생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다. 내게는 이제 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갈 힘이 없다. 이런 기분 속에서 살아가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구 내가 잠든 사이에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 줄 사람 없나? - P277

"그럼 왜 신을 믿지 않는 거야? 그림자를 믿을 수 있으면 빛도 당연히 믿을 수 있지 않아?
"하지만 빛이 없는 어둠도 있죠."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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