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인생이 누려야 할 65가지 - 당당하되 속물이고 싶지는 않은 당신을 위한 속깊은 공감
김경은 지음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을 사는 동안 온전히 나를 위해 버킷리스트 까지는 아니더라도 하고픈 일 몇 가지 정도 적어본 일이 있던가 조용히 자문해 본다. 
금방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분명 머스트 해브 아이템들은 곧잘 꽉꽉 들어차곤 하는데
정작 하루하루가 모여 결국 내 일생을 책임지게 될 소소한 일상속에서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과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  누구와 어떻게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기를 꺼리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어쩌면 우린 너무 바쁘고 지친 일상때문에,  의욕을 짓누르는 지루한 권태때문에,  나만의 강점을 찾을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 이런 저런 때문에 라는 토를 달면서 내 존재감을 확신하고 실천하면서 무엇이든 이루겠다는 결심을 할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내버리고 사는 중인지도 모른다.  

 더우기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흔히 마주하게 되는 사사로운 편견들 - 갑갑하게 보이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 결혼과 육아에 대한 암묵적으로 합의된 여자의 희생, 직장에 존재하는 남녀불평등, 물론 예전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느니 그랬지만 요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대세인 듯 -로부터 과거보다 훨씬 해방되었지만 해방감만 있고 존재감을 누릴 길이 많지 않았다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되는 책을 만났다. 

 흔히 자기계발서를 펴면 맨 뒤페이지에 등장하곤 하는 나만의 계획과 목표와 생을 보다 풍요롭고 깊이 있게 누리는 일상 속 다양하고 이색적인 방법을 손꼽아 보게하는 공백이 있기 마련인데 왠지 늘 부담스럽기만 한 게 사실이다. 이런 나에게 여자이기에 더 누릴 수 있다는 갖가지 방법 65가지를 마치 머스트 해브 아이템처럼 쉽고 부담없이 풀어 쓴 알뜰 살뜰 살림목록 같은 이 책을 좀 더 음미해 보려 한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이 누리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진정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기에 현재를 담보로 양보하고 참고 인내하며 미래를 위해 무한정 비축하는 삶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이 시간과 공간에 나를 깨우는 실존감을 제대로 느껴 보아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테니까.

나만의 명작을 직접 그리진 못해도 나만의 내 시선이 머무는 내가 인정하는 마스터 피스 하나 쯤은 소유하는 조금은 과감한 시도로 부터 나를 찾는 첫 출발이 근사해 지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이 책이 소개하는 우리의 현대미술의 모습이 전혀 낯설거나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매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생에 대한 뭔가 굉장한 욕망을 꿈꾸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재 나와 나를 둘러싼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인간관계를 이어가며 나를 올곶이 세우고 온전히 누릴 것인지를 기본적인 공감을 전제로 한 글쓰기의 매력이 한껏 풍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관계와 소통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기에 난해하기만 할 것 같던 현대미술도 푸근한 이미지로 이해가 되고 지나친 설명을 배제했기에 느낌이 이끄는 대로 끌리는 호기심과 관심만으로 어느 덧 나의 자리를 들춰 보게 만든다. 

  수다처럼 재밌는 그림같기도 하고 그림을 보며 나를 찾는 치유의 여정같기도 하다. 그림 한 점이든 나를 감싸는 소파이든 가슴을 울릴 전작이든 우연히 발견한 빈티지 아이템 하나, 블랙미니드레스 한 벌만으로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진행형이고 현재뿐인 내 인생을 충분히 살찌울 수 있음에 무한 감사할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