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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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의 끝에서 오늘날 '전설'이라 불리는 예술가 33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예술가의 일』을 읽었다.

33인의 예술가는 '경계를 지우고 먼 곳으로' '우직하게,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며, '아물지 못한 상처'를 지닌 채 '전쟁터에 내던져진 싸움꾼처럼' 살아갔으나 결국 '고독마저 그들에겐 재료였을 뿐', '예술과 삶이 만나는 시간'을 통해 우리의 삶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보위가 떠난 직후 아케이드 파이어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추모 퍼레이드를 열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보위를 기억했다. (중략) 아케이드 파이어는 보위의 대표곡 <Heroes>를 불렀다.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어, 단 하루만이라도"라는 가사가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루한 삶을 어루만지는 이 메시지 속에서 관중은 춤을 추고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 행복한 얼굴들이었다. 추모제보다는 축제였다. 지구에 찬란한 기운을 선물하고 저 먼 곳으로 떠난 영웅에게 건네는 아름다운 작별 인사였다. p.23

📖 밀러는 좌절하고, 분노하고, 불안에 사로잡혔지만 다시 길을 찾고 앞으로 걸었다. 이 모든 과정을 교향곡 10개에 담았다. 그의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제대로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돌아보면 길을 잃은 것 같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불안, 불행,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없다. 롤랑 바르트가 적었듯이 "누구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 아픔의 리듬 속에 갇힌 날, 그런 날엔 피난처라고 생각하고 밀러의 음악에 도전해보자. 무언가가 들릴지도 모른다. p.35

📖 음악, 문학, 그림, 춤, 영화의 주요 관심사는 언제나 사랑이었다. 그래서 사랑을 말하는 예술을 진부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장 진부한 것이 가장 중요할 때도 있다. 삶이 불행으로 가득하고 또 언젠간 끝나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부한 사랑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날 우산을 챙겨주는 연인, 끼니를 제때 먹었는지 걱정해주는 가족. 이런 소소한 사랑 덕분에 인간은 비극에 파묻히지 않고 희극을 개척해나간다. '사랑의 화가' 샤갈이 그랬던 것처럼. p.109

간결하고 따뜻한 문체로 가득한 책을 읽으며 내 삶 속에 자리한 예술가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봤다.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장국영의 거짓말같은 부재,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박남옥 감독을 보며 꿈을 키워가던 대학 시절, 몇 해 전 겨울 샤갈의 전시회를 보고 난 후 걸었던 돌담길 등. 그들은 언제고 나의 시간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비록 고단하고 지루한 삶이 이어지더라도, 그 삶을 이어가기 위해 걷고, 또 걸으며 조금씩 나아가는 그들과 닮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생을 통해 끊임없이 사유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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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 우리는 더 이상 성장해서는 안 된다
마야 괴펠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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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첨단기술과 경제성장 속에서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성장 위주의 정책은 위협적인 기후 문제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갈등 및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야기시켰다.

책의 저자 마야 괴펠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해서 경제 성장과 풍요로운 소비를 이어간다면 머지않아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그리고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 그저 돈에만 눈먼 성장 모델이 전 세계적인 위기를 불러옵니다. 우리는 무엇이 발전이며, 바람직한 경제란 어떤 것인지 세심하게 토론하면서 대안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오던 개념과 생각을 다르게 보는 법부터 익혀야만 합니다. 그리고 어떤 변화가 가능하며 바람직한지 서로 지혜를 모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상품이 아니라 과정을,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순환을,
소모 부품이 아니라 시스템을,
자원 착취가 아니라 자원 재생을,
경쟁이 아니라 협동을,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대신 균형을,
돈이 아니리 가치를. p.116

📖 부유한 서구 사회가 보이는 소비 행동은 오로지 비용을 외재화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소유와 사회적 지위를 자존감의 간판으로 내세운다고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서 소비의 성격과 비중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지속성으로 나아갈 중요한 열쇠입니다. 이런 변화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목표가 곧 생태적 목표가 되도록 조화와 융합을 꾀하는 일입니다. p.169

📖 외부의 반응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합니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매달려 처음부터 진을 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주변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든 그러려니 넘어가야 합니다. 원래 품었던 의도가 빛을 바래지 않게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마십시오. 환경을 지키고 미래 지향적 세계를 꾸리고자 하는 책임만 해도 우리에게는 벅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절대 낙담하지 않고 유머와 웃음을 즐기는 것입니다. 미래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은 즐겁고 보람된 인생을 사는 일입니다. p.240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어온 지구의 기후 위기, 지금 이 순간에도 생태계를 위협하는 무수한 쓰레기들, 코로나펜데믹 이후 급격하게 맞이한 유동적 자본의 흐름과 그로 인해 빚어진 극심한 양극화 현상까지. 감당하기 버거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가야 하나, 지금 이 순간에도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허탈해지는 요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요즘 관심 있는 주제 중 하나인 제로웨이스트 챌린지와 미니멀리즘이 떠올랐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지구 환경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절제된 소비를 해나간다면 아주 조금이나마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조금씩 노력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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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어린 아이가 울고 있다 - 상처 입은 내면아이와 화해하는 치유의 심리학
니콜 르페라 지음, 이미정 옮김, 유은정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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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어두운 작은 방에 불을 켜는 일'이라는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있다>는 임상심리학자 니콜 르페라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심리 치료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몸과 마음, 정신의 통합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새로운 심리 치료 방식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트라우마를 지닌 채,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책의 저자 니콜 르페라는 이렇게 상처 입은 내면아이와 화해하며, 자신 스스로를 치유하고 이윽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 트라우마는 인생의 일부분이다. 피할 수 없다. 이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겪었던 경험, 즉 탄생 자체가 자신과 엄마에게 트라우마였을지도 모른다.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숙명적으로 고통스럽고 아픈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초창기 인생을 형성했던 패턴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치유 작업을 하면 변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치유될 수 있다. P. 109

📖 진정한 사랑이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유와 지지를 온전히 보여주고 들려주고, 자기표현을 허락하는 것이다. 정서적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서로가 상호 존중과 존경의 장소에 서기로 선택했음을 알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소유해야 하는 소유물도, 당신의 부모도, 당신을 고쳐주거나 치유해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는 인식에 뿌리를 둔 것이다. P. 279

📖 정서적 성숙의 근본적인 메시지는 깨우친 존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더욱 원대한 함께하기로 나아가는 작업과 자기용서의 상태다. P.274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변에서 춤추던 장면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에 대해 내면아이를 재양육 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부분이며, 자기수용의 급진적인 행동이자 치유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 본질적인 단계였다고 고백한다.

책에서는 이처럼 내 안의 내면아이를 위로하고, 치유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실제적으로 접목할 수 있도록 각 챕터마다 '마음 치유 연습'과 '미래의 나를 위한 일기 쓰기' 를 제시한 점이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의 내면아이와 마주할 용기도,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방향성도 다시금 점검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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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어린 아이가 울고 있다 - 상처 입은 내면아이와 화해하는 치유의 심리학
니콜 르페라 지음, 이미정 옮김, 유은정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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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내면아이를 마주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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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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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는 작가 스스로 소설로 명명한 마지막 작품이다. 실제로 『얼어붙은 여자』 이후 출간된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은 오로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을 갖는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쓴 세번째 작품인 『얼어붙은 여자』 를 소설로 명명했지만, 독자들은 모두 자전적인 이야기로 읽었다는 사실은 인상깊게 다가온다.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는 어린 소녀가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되며 서서히 ‘얼어붙은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소설 속 ‘나’는 작은 상점 겸 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바깥일을 공유하는 부모를 보며 자란다.

📖 내 아버지는 아침에 출근하지 않고, 오후에도, 아니 결코 집을 나가지 않는다. 아버지는 집에 있다. 아버지가 커피와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채소 손질을 한다. 한쪽에는 남자들의 길이 있고, 다른 쪽에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길이 있지만,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은 흐름 속에서 같이 산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세계를 형성한다. P. 23

가정적인 어머니와 권위적인 아버지를 둔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의 부모는 아이에게 여성스러움을 강요하지 않으며 책을 읽고,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 마주하게 된 세상에서는 각자 성별에 따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에 따른 차이와 차별이 만연한 공간이었다.

📖 나는 자유라는 직선을 좋아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직선으로 똑바로 걸어가지 못한다. P. 138

자유를 꿈꾸고 사랑을 갈망하며 몽상하기를 좋아하던 소녀는 보수적인 성향의 학교에서 ‘여성을 위한 공부와 남성을 위한 공부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는’ 편협한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편협한 사회 안에서 자신만의 존재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남자를 만나 결혼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통해 남성과 여성에게 규정된 역할의 차이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며, 조금씩 얼어붙어간다.

📖 내 성과 이름, 천천히 쓰는 법을 배웠고, 아마 부모님이 제대로 철자를 쓰라고 강요했던 첫 번째 단어, 가는 곳마다 내가 나라고 의미해주던 단어, 벌을 받을 때 크게 울리고, 성적표 위에서,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들에서 반짝이던 단어, 이런 내 이름이 단번에 녹아버렸다. 더 둔탁하고 더 짧은 남편의 이름을 들을 때, 나는 그 이름에 적응하기 위해 몇 초간 망설인다. 한 달 동안 나는 두 개의 이름 사이를 떠다닌다, 고통은 없고, 단지 낯선 느낌이 들뿐. P. 177

소설의 말미에서 얼어붙은 여자의 공허한 얼굴이 그려지는 가운데,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깨달았다. 우리는 끝까지 그녀의 이름을 알 수 없다. 이는 역자의 말처럼 ‘누구나 얼어붙은 여자가 될 수 있고, 얼어붙은 여자의 이야기는 모든 여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우리는 소설 속 ‘나’의 삶에 비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르기도 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남녀 간의 차이와 불평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생각해온 프랑스에서도 ‘얼어붙은 여자들’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해왔다.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며 조금씩 자신의 이름과 삶이 희미해져가는 것을 깨닫고 서서히 얼어붙는 여성들. 우리는 자신의 삶이 잠식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며, 자유로워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 앞에서 우리는 왜 늘 항상 약해질 수밖에 없는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대하며, 여성과 남성이 아닌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가야 할 이 세상의 수많은 ‘나’의 이름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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