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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삶과 죽음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에 관해 찬찬히 보여주는 책이다. 이 아픔이 나와 관련되기도 하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관련되었다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모두 싱크홀, 블랙홀과 같은 미확인 홀이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모두 마음속 미확인 홀에 헤엄치고 있다. 어쩌면 자신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것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른다. 등장인물마다 자신의 미확인 홀을 바라보는, 그리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너무 마음에 든다.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현실을 사는 우리도 모두 마음에 미확인 홀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 홀을 우리는 어떻게 맞서나갈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난 <도장>의 미정을 보면서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그녀가 왠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인생을 허송세월 보내는 그녀 엄미정,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질문이 그냥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사람들을 밀어내는 그녀, 자신을 낭떠러지에 몰아세우는 그녀를 보면서 지금 내 상황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보면서 어딘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고 정이 갔다. 자신을 몰아세우면서까지 아주 오래전부터 죽음으로 가기 위한 길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오래전부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미정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8명의 주인공이 모두 다 다르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블랙홀>에서 희영의 단짝 친구로 등장하던 필희가 <매미가 울면>에서 필성이가 그리워하는 실종된 언니로 다시 등장한다.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이 모두 조금 조금씩 연결되어 있기에 그들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지 읽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희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그녀는 그곳에 잘 살고 있는지, 행복하기는 한지, 간혹 자신의 선택이 후회스럽지는 않은지, 희영이와 필성이가 보고 싶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결국 그렇게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필희의 상황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선택을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솔직히 나는 모든 에피소드가 너무 좋았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 순간들이 이 책과 비슷해서 였을까, 아니면 이런 분위기의 책을 좋아해서 였을까… 이유가 어떻든 간에 책장이 하나하나 넘어갈수록 다 읽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할수록 아쉬움이 점점 느껴진다. 그만큼 시간 갈 줄 모를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읽혀지는 책이다.
삶의 의욕이 없는 분들, 한 번이라도 죽음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 분들, 마음의 아픔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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