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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피치
존 스틸 지음, 조성숙 옮김 / 이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광고 전문가가 쓴 책을 계속 읽고 있지만, 최근 나온 책 중에 가장 단숨에 눈길을 끈 책이다. WPP의 뉴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존 스틸 Jon Steel은 굴지의 광고 회사 '굿비 벌린 앤드 실버스타인'에서 일하는 동안 만났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수많은 프레젠테이셔너들에게서 배운 점들을 통해 어떤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강력한지를 꼭 집어냈다.
퍼펙트피치에서 피치란 광고 회사들이 광고주에게(예를 들면, 삼성전자) 광고 기획안을 프레젠테이션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의미한다. 각각의 광고 회사는(예를 들면, 제일기획이나 WPP 등) 경쟁사들 보다 자신의 광고 기획안이 더 탁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산전수전에 불구덩이까지 뛰어든다.
나는 한 달에 10권 이상 책을 읽고, 10만원 이상 책을 구입하는 습관을 들인 후부터 책을 읽는 것 뿐만아니라 구입해서 소유하는 것에도 기준이 생겼다. 새로 나온 책은 일단 1번 읽은 후에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라면 구입한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한 번 읽어서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그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고, 다 읽은 후에도 아직 그 책을 통째로 이해하지는 못했다는 느낌이 들 때는 그 책을 구입한다. 그리고 중고책은 기분 좋게 충동구매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왜 이 책을 읽고싶어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서점에서 1번씩은 읽어본다. 그러나 구입하는 일은 드물다. 대개는 쉽게 읽혀지고, 금새 잊혀지는 책이 많다.
퍼펙트피치는 그런 면에서 두고 두고 보고 싶은 대목이 많았다. 읽는 도중에도 페이지 끄트머리를 꾹 접어서 표시를 하곤 했는데, 여기 몇 군데를 적어본다. 이것은 꼭 프레젠테이션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업무를 하면서 부딛히는 여러가지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 '불완전한 피치'라는 소제목으로 74페이지를 읽다보면 중간 대목에 '인간은 기본적인 속성상 어떤 정보를 들어도 그 정보가 사실이라고 완전히 믿지는 않으며, 상대방이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주장을 펼친다 해도 듣는 사람이 그것을 확실한 행동 지표로 삼기는 힘들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이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예로 든 것은 90년대 캘리포니아 유가공협회에서 했던 광고 캠페인이다. 우유 제품의 소비 하락을 막기 위해 사람들에게 우유가 몸에 좋다고 광고했던 것은 우유의 영양학적인 효능을 알리고, 태도를 개선하는 것에는 영향을 끼쳤지만 결코 소비를 늘리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이후에 광고 캠페인의 수정이 더욱 많은 소비를 만들어냈다. 수정된 광고 캠페인은 건강보다는 피넛버터를 바른 샌드위치라든지, 쵸콜릿칩 쿠키라든지 결코 건강에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그것들과 함께 우유를 마시라는 내용의 캠페인이었다. 그리고 이 광고가 나간 뒤 우유 판매량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말한다.
꼭 피치가 아니더라도, 간단한 업무 기획 회의에서도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확실한 정보를 들이대도 결정권자에게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상대방이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보다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위의 이야기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 이 책에 대해서는 3번 정도 더 읽고 난 후에 다시 포스팅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