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이런 상황은 신들의 황혼의 신화, 즉 독일인들이 항상 빠지곤 하는 ‘전부 아니면 무’ 식의 철학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일 따름이에요. 독일 민족을 모든 비참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 외세의 압박에서 해방된 더 나은 세계로 인도하는 영웅이자 해방자로서의 지도자, 그러나 운명이 받쳐주지 않으면 단호하게 세계 멸망으로 걸어가는 지도자에 대한 믿음! 이 끔찍한 믿음과 이와 연결된 절대성의 요구는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망쳐놓아요. 이런 믿음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환상을 좇게 하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 다른 민족들과의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지요.
다만 결정적인 발견을 한 개인에게 그런 발견을 할 수도 있었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지. 개개인은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자리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고, 거기서 주어진 명령을 수행했던 것뿐이야. 그 이상은 아니야.
세계사에서는 늘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으로 싸워도 되고, 나쁜 목적을 위해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어. 좀 더 고약하게 말하자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것이지. 이런 말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철학, 특히 형이상학에서도 비슷할 거예요.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우리는 그 진실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상과 비유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때로는 모순을 피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런 상들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어요. 현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거예요. ‘심연에 진리가 있다.’ 이 말 역시 문장의 앞부분과 마찬가지로 옳은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