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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평점 :
전작에서 자제, 관용, 타협과 같은 방법을 통해 무너져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살려내길 바랬던 저자들의 논조가 바뀌었다.
아마도 폭도에 의해 점거된 국회의사당을 보면서 그리고 이 폭도들을 보호하려드는 공화당에 극심한 실망감을 느껴서 그런 것일까?
전작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점은 미국의 정치사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어떻든 이 점만 가지고도 이 책을 읽을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정치사를 자세히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책에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반다수결주의 제도를 설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무제한 필리버스터, 소수를 과대표하는 상원의원 선출방식, 특이하고 복잡하고 불합리한 대통령 선거제도 등
이런 제도들이 생기게된 원인을 살펴보려면 정치사를 살펴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가진 원죄는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소수의 권력을 강화하는 이런 제도들이 생겨난 이유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소수에 대한 배려를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지키려는 소수의 욕망을 관용과 타협으로는 어찌 할 수 없었기에 선택한 차선책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봉합된 상태로 이어져온 민주주의가 트럼프라는 걸출한 광인을 만나 터져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인 이유는 민주주의가 가진 제도나 공화당의 우경화에만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그것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부분을 살펴봐야 할 것이고, 이 책은 그 중에서 민주주의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 만을 지적한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제도 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인류가 밟아나갈 정치역사의 종착역이 될 수 는 없지만, 어쨋든 인류가 만들어온 정치제도 중에서는 가장 좋은 제도인 점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좋은 제도가 민주주의이기에 민주주의로 민주주의가 해결하지 못한 점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약간 모순같은 이 말은 민주주의의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지성이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제도는 인간이 가진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어떤 제도든 허점이 있고, 악용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허점들을 계속 고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지성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진화된 지성을 통해 제도는 고쳐지고 새로 만들어지며 또 새롭게 나타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제도는 인간과 함께 공진화해 가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