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의 공포를 근접촬영한 이미지를 쳐다볼 때에는 충격과 더불어 수치감이 존재한다. 아마 극한의 상태에서 발생한 현실의 고통을 담은 이미지를 쳐다볼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사람은 그런 고통을 격감시키려 뭔가를 할 수 있었던 사람(즉, 그런 사진이 촬영됐던 군사 병원의 외과의사)나 그런 고통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었던 사람밖에 없을 것이디. 의도했든 안 했든, 나머지 우리는 관음증 환자이디. - P68

사진 이미지도 누군가가 골라낸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도構圖를 잡는다는 것이며, 구도를 잡는다는 것은 뭔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 P74

제 아무리 사진은 무엇이다, 혹은사진은 무엇이 될 수 있다, 라고 정교하게 말할지라도, 우리는 재빠른 사진작가가 이제 막 진행되고 있는 어떤 예상치 못한 사건을포착해 놓은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만족감을 결코누그러뜨릴 수 없을 것이다. - P87

사진 없는 전쟁, 즉1930년 에른스트 윙거4>가 관찰했듯이 저 뛰어난 전쟁의 미학을갖추지 않은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와 총, 그러니까 피사체를 ‘쏘는‘ 카메라와 인간을 쏘는 총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는 행위인 것이다. - P103

이런 사진들이 보여주는 광경에는 이중의 메시지가 있다. 이 사진들은 잔악하고 부당한 고통, 반드시 치유해야만 할 고통을 보여준다. 그리고그와 동시에 이런 고통은 다름 아닌 바로 그런 곳에서 발생하는일이라고 믿게 만든다. - P110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의 희생자를 전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망각한 채, 자신들보다 어두운 피부를 지닌 이국인들을 잔혹하게 대하는 광경을 사진에 찍어 전시하는 것도 이와 똑같은 일이다. 비록 적이 아닐지라도, 타자는 (백인들처럼)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지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실린 유명한 사진에 찍힌 사람, 부상을 입은채 목숨을 구걸해야만 할 운명에 처한 그 탈레반 병사에게도 아내와 자식, 부모와 형제 자매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아들이자 형제인 그 병사가 살육되는 장면이 찍힌 저 세 장의 컬러 사진을 보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아직 그 사진들을 보지 못했더라도 말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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