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상
차오원쉬엔 지음, 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문학하면 몇 개의 소설들이 떠오른다. 아큐정전을 읽었을 당시에는 저 자신을 두고 쓴 듯한 이야기에 저격을 당한 느낌이었고, 허삼관매혈기는 평등에 관한 이야기로 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중국 현대사의 역경을 이겨내야 했던 서민들의 아픔이 있고, 작가특유의 위트가 있었다. 중국소설을 보면 격류 속의 조용한 폭풍같은 느낌이 들며 흥분 속에 책을 읽고 눈을 감고 나면 무엇인가 조용히 마음의 심금을 뒤흔들어 놓아 일본의 책들과는 완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었다. 기계적인 혁명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내 편견을 알 수 있었고 담담함 속에 그려지는 아픔을 알 수 있었다.

 

지주의 딸이었던 채근과 훙수로 인해 유마지에 들어서게 되었던 두원조 그리고 부잣집 아들이었던 구자동은 어린시절부터 함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시기, 질투 속에 점차 커 나가게 되고 혁명을 거쳐 다시 돌아온 두원조와 구자동 그리고 평범한 농촌 아가씨가 되어버린 채근을 사랑하고 있다. 비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그들을 흔들지만 그들의 마음은 끝이 없다.

 

 

차오원쉬엔의 책은 빨간기와와 바다소, 꿈의 무늬를 알고 있었다. 빨간 기와의 경우 사춘기 소년, 소녀의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으로 꼭 우리나라 과거의 모습을 보는 듯 했고, 문화혁명기라는 사회적 격동이라는 이념적 굴레가 아닌 당시 아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농촌의 모습과 풋풋한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그려놓음으로써 마음 한편을 과거 어릴적 시골에서 뛰놀던 시절로 되돌아가게 만들어줬다. 바다소의 경우에는 커가는 아이들이 다른 이들로부터의 도움이 아닌 홀로 서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들로 가슴 아프고 책을 읽고 눈을 감아도 무엇인가 가슴 속에 남아 짠하게 만들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이 책, 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개이빨비, 벙어리비, 기러기비, 연지비 등 다양한 비를 배경으로 작가가 비에 부여한 이름은 비가 가진 독특한 성격을 나타내며 앞으로 벌어진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삶을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문체 그리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과 심리묘사, 이것이 바로 이 책을 튼튼하게 구성하고 있는 기둥이 아닌가 싶다.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뒤흔드는 세상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 속에서 다소 진부적인 느낌의 해답을 던져주지만 이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로 인해 시작된 인연 그러나 거부할 수도 없는 비와의 인연....

 

서정적 스토리와 과거의 풋풋했던 추억을 되돌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 훈훈하지만 가슴 속 진한 그 무엇인가가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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