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가 공부를 그만둔 계기는 ‘도화‘였다. 이수는 도화가 ‘어디 가자‘ 할 때 죄책감 없이 나서고, 친구들이 ‘놀자‘ 할 때 돈 걱정 없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갈등에 속했다. 

당시 이수를가장 힘들게 한 건 도화 혼자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도화의 말투와 표정, 화제가 변하는 걸 도한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 걸, 그 확장의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걸 감내하는 거였다. 게다가 도화는 국가가 인증하고 보증하는 시민이었다. 반면 자기는 뭐랄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성인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되 아직 시민은 아닌 것 같은 사람이었다. 입사 초 수다스러울 정도로 조직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도화가 어느 순간 자기 앞에서 더이상 직장 얘길 꺼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이수는 모든 걸 정리하고 노량진을 떠났다. 한 시절과 작별하는 기분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뒤도 안 돌아보기‘ 위해 이를 악물며 1호선 상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바깥은 여름‘ 중에-

우리는 모두, 언젠가, 그렇게. 열차를 갈아 탔어요.

정말이지 꾸역꾸역 글을 읽어내는 와중에 나는 과거에 내가 내렸던, 아니 어쩌면 내려야만 했던 열차를 떠올리며 코를, 눈물을 훔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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