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과 신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에게 사회의 수용도가 높아진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결혼대행업과 마찬가지로 성매매와 결혼 매매의 일반화는 성별 선택이 만연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성별 선택의 결과를 간과하게 만들 수있다. 카우르는 여성 부족 현상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성 감별 낙태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탄식했다. - P275

특이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반복되는 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성비 불균형이 높은 지역으로 팔려 간 여성은 결혼 후에 남편의 남자 형제들과도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여성이 여러 남성과 결혼하는 일처다부제는 한때 중국과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가족의 토지를 아들들 사이에서 나누지 않기 위해 시행되었지만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오늘날 아시아인들은 대부분 그런 풍습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아들 여러 명을 위해 여성 한 명을 사는 부모들은 보통 그 사실을 이웃들에게 숨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일처다부제는 팔려 가는 여성에 대한 수수료에 반영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여성은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
다른 암울한 사례는 구할 수 있는 아내가 사춘기 이전의 소녀밖에 없는 경우다. 인도는 전 세계 아동 결혼의 4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오랫동안 아동 결혼이 많이 이루어진 나라인데 독신 남성이 넘쳐나면서 이런 경향이 촉진되었다. 특히 성별 선택이 가장 성행하는 북서부 지역의 상황이 심각하다. 라자스탄주에서는 매년 4월에열리는 축제인 악샤야 트리티야 Akshaya Tritiya에서 소녀들이 정기적으로 결혼을 하는데 그중에는 유아들도 있다.
중국에서도 아동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유아나 어린 소녀를 사서 미래의 남편과 함께 키우는 민며느리제라는 사라졌던 풍습이 다시 등장했다. 부모들은 일찍부터 결혼 시장을 장악해놓음으로써 안심할 수 있고 나중에 아들이 괜찮은 신붓감의 환심을 사는 데 필요할 돈을 어떻게 모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P276

중국의 공안 관료들은 해마다 수천 명의 여아가 유괴당한다고 추정한다. 유괴되는 여아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경찰은 ‘베이비 컴 홈‘이라는 온라인 등록소와 부모들이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보고할 수 있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세계의 한모퉁이에서 딸을 가진 부모들은 탐탁지 않은 선택에 직면해 있다. 딸을 소개업자에게 팔아 하층계급의 여성으로 만들든지, 혹은 유괴당하지 않도록 단단히 지키든지 선택해야 한다.
외국으로의 여성 매매는 최소한 국제이주기구 같은 국제조직들의 감시를 받는다. 그러나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보내질 위험에 처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살피는 사람이 없다. 일단 여성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남편이나 포주가 지정되어 완전히 그들 소유가 된다. 타이완이나 한국에 사는 베트남 신부들과 달리 북서부 지방으로 보내진 인도 북부 출신 여성들에게는 도움받을 곳도 그녀의 권리를 설명해줄 법정대리인이나 안내서도, 언어나 문화 교육도 없다. - P277

그들은 결혼을 주선한 뒤 부부가 정착하기를기다렸다가 가족의 귀중품을 들고 한패인 신부와 함께 도망쳤다. 수사관들은 중개인들이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범죄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난해에 왜 특정 지역에서 신부가 도망친 사건이 열두 건 가깝게 일어났는지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인도 언론은 이런 여성들을 "가짜 아내"라고도 불렀다. 2009년에는 중국 시골 주민들이 매우 흡사한 계략에 넘어갔다. 그해에 산시성 어느 도시의 경찰은 팔려 온 신부가 도망친 사건을 열한 건 기록했다. 이곳에서도 경찰은 범죄 조직에 속한 여성들을 의심했다. 신부 중 세 명이 몇 달 사이에 도착해 중국의 같은 지역에서 온 친구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천 달러의 신붓값을 들고 같은 날 달아났다.
소녀들이 거리에서 납치되고 젊은 신부가 사기꾼으로 밝혀지는사회는 당연히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인신매매와 매춘의 증가는 안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덜 분명한 방식으로 사회를 변모시킬 수도 있다. 성과 결혼의 상품화는 재산이 많은 가족이 아들의 아내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점점 더 여성이 부족해지고 신부를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이 모으는 돈의 액수와 그 외의 자산이 급격히 늘어난다. - P278

다른 학자들은 잉여 남성의 화산으로 성병 발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면밀하게 HIV와 에이즈를 관찰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감염률이 아직 전염병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에이즈는 특히 주요 위험군에서 급격하게 상승했다. 2008년 중국에서는 에이즈가 전염병 가운데 주요 사망원인이 되어 결핵이나 광견병보다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다. 이러한 증가와 병행해 중국의 HIV 보균자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한때 HIV는 주로 정맥에 주사하는 마약으로 전염되었지만 점점 성관계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매춘이 증가하는 데다가 중국 남성들은 미국 남성들보다 콘돔 사용률이 낮아서, 성관계로 감염된 사람들의 수가 중국 전체 HIV 보균자 중 4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매춘을 연구한 경제학자 이번스타인과 샤리긴은 더 많은 잉여 남성이 성년이 되면서 그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성매매 비율이 꾸준히 유지될 경우 중국의 편향된 출생 성비로 인해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남성의 수가 2~3퍼센트 증가할 것이며, 이런 변화는 다음 30년 동안 HIV 감염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내는 남성이 단지 매춘부만 자주 이용하라 볼 수는 없다. 잉여 남성들은 보건 연구자들이 ‘교량 인구‘라고 부르는 집단, 즉 고위험군에서 저위험군으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집단이 되기도 한다. 잉여 남성은 10대와 20대 때 매춘부에게서 HIV에 감염될 수 있다. - P279

교량 인구는 사하라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치역에 HIV가 퍼지는 데 한몫을 했으며, 2005년 잡지 《AIDS》에 기고한 미국과 중국의 의학 연구원들에 따르면 오늘날 아시아의 잉여 남성들은 "앞으로 HIV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이즈 연구자들은 아시아 대륙의 성비 불균형은 아시아의 보건 활동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콘돔 장려, 성교육, 의료 교육 등 전통적인 조치를 강조하는 예방 전략에서 잉여 남성과 성매매 종사자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젊은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증가하는 성적 위험을 반드시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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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딸을 몇 명 낳은 뒤 아들을 낳기 위해 성별 선택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모 자신들이 편향된 성비 때문에 개인적으로 고통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딸들이 자라 결혼 상대를 찾기 시작할 때 이들의 사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빙의 두 딸은 남편감을 찾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독신으로 살며 우빙과 랴오리에게 의존할 경우 딸들이 결혼했으므로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웃들이 출산 제비뽑기를 조작한 사회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느라 가장 어려움을 겪을 사람은 첫 임신에서 순전히 50대 50 확률로 아이를 낳은 부모들, 즉 여아를 유산시킨 적이 없는 이들이다. - P52

우핑장은 이 소년들이 모두 함께 성인이 되었을 때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알고 계획을 짜놓았다. 중국에서는 남성의 결혼 전망이 종종 그 부모가 신붓감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재산을 얼마나 축적해놓았는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런 면에서 우핑장은 자신이 수집한 마오쩌둥의 배지가 아들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는 20년 뒤에 중국의 수집가들이 문화혁명에 강한 향수를 느껴 역사의 작은 조각에도 큰돈을 지불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러면 아들들이 좋은 신붓감을 구할 수 있게 그 돈으로 차와 집을 사리라. 우핑장이 배지들을 빨간색 벨벳 천으로 안감을 댄 통에 넣어 빛이 닿지 않게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둔 것은 쌍둥이들을 위해서다. - P55

랴오리는 여아 태아 둘을 낙태한 이유가 아들을 낳는 것이 체면 유지에 중요하기 때문임을 내비쳤다. "아들이 없으면 낯이 깎이게 되죠."
어떤 면에서 여성은 여성의 가장 큰 적이다. 발전이 많은 여성의 삶을 개선시킨다고 여겨지고 많은 지역에서 실제로 그러하다. 하지만 생식의 문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여성은 높아진 자율성을 아들을 선택하는 데 이용한다. 랴오리는 그런 모순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녀는 위신을 세우려고 여러 번 후기 낙태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 자신도 여자인데." 하지만 그녀는 마치 쑤이닝의 성비 불균형이 다른 사람들이 일으킨 문제인 것처럼 거의 항상 3인칭으로 말을 한다. - P57

"여러분은 작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목사가 마이크에 대고우렁차게 말했다. 낮고 울리는 목소리였다. 그녀가 말한 작은 사람이란 너무 많은 것을 탐내는 사람, 엘리후가 설명한 것을 고난의 미덕으로 보지 않는 사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않은 데서 배우는 교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목사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사람을 배경에 따라 차별하는 여자, 들먹거리며 자신의 출신을 망각하는 여자에 대해 말한 뒤, 다른 사람에게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하는 여자를 언급했다. "당신이 [이웃] 아들을 키울 겁니까?" 목사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 아이가 자랐을 때 당신이 돌볼 겁니까?"
긴 설교 중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말은 그 자리를 떠난 뒤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 P58

중국과 인도, 한국, 베트남, 아제르바이잔에서 낙태 결정은 대부분 여성이 내린다. 임신부 자신이나 아들의 자녀에 관심을 쏟는 시어머니가 결정하는 것이다. 인도의 비정부기구인 여성개발연구센터의 보고서는 남편에게 두 번의 유산 사실을 감춘 어느 여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편이 여아를 낙태하지 못하게 하자 그녀는 친정으로 도망쳐 낙태를 하고 돌아왔다. 결국 성별 선택은 모든 사람이 성공하려고 애쓰는 분위기에서 일어나며 여성은 비록 같은 여성을 희생시키면서 얻는 것이라 할지라도 위신을 세우려는 갈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2년 《생식 건강 문제 Reproductive HealthMatters》지에 실린 논문은 "아들을 가지려고 시도하고 아들을 낳음으로써 ‘여성의 의무‘를 다하라는 압박을 받는 여성들에게 성 감별 낙태는 엄청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좀 더 비극적인 다른 요인은 여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성이 가장 잘 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쑤이닝의 여성은 10대 소녀의 음핵이 잘리는 동안 소녀를 꽉 누르고 있는 아프리카의 할머니와 공통점이 많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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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마을 간호사들과 고아원 자원봉사자들의 경험이 남아와 여아 출산 수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실제로 많은 외국 언론이 인도의 여아 부족 현상을 영아 살해와 유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길모토는 이 문제를 조사하면서 그런 원인들은 작은 부분에 불과함을 알게 되었다. 길모토가 현장 조사를 했던 타밀나두의 시골 외곽 지역 말고는 인도인들이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길모토는
"모든 사람이 영아 살해에 관해 이야기했다. 좀 더 감정적인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라고 회상한다. "하지만 실제로 영아 살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타밀나두는 사실 여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주 가운데 하나였다. 반면 인도의 곡창지대라 여겨지는 부유한 북서부 지역은 출생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26명으로 보고되었다. 길모토는 성비 불균형의 진짜 원인이 임신부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렴한 성감별법(초음파)을 이용해서 여아를 낙태시키기 때문임을 곧 알게 되었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일들이 기술과 관련 있다는 것이었다. 인도의 편향된 출생 성비가 후진적인 전통 때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물이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 P25

길모토는 "이 현상을 대변혁이라고 보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몇 년 내에 그런 대변혁이 서아시아와 동유럽에 퍼질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길한 생물학적 변화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들에서 정작 이 문제가 빠져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세계의 성별 문제에 관한 보고서들은 여성의 상태에 관해서는 방대하고 상세하게 다루면서, 여성 구성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간과한 채 성비 불균형 문제를 완전히 생략했다. 개발도상국의 인구 계획에 자금을 지원하는 유엔인구기금UNFPA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 성비 불균형 문제는 성과 생식에 관한 권리를 주창하는 기관들의 관심이나 주요 자선단체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시아의 몇몇 열정적인 의사와 보건 관련 종사자들을 제외하면이 문제를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제 파리에 있는 개발연구소IRD의 선임 연구원이 된 길모토는 지난 몇 년간 사람들에게 성비 불균형의 심각성을 알려 그 빈틈을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2005년에 길모토는 아시아에서 과거 몇십 년동안 자연 출생 성비인 100 대 105가 유지되었다면 이 대륙에는 1억 6,300만 명의 여성이 더 살고 있을 것이라고 산출했다. 즉 초음파와 낙태의 조합이 아시아에서만 1억 6천만 명이 넘는 잠재적인 여성과 소녀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 P26

경제 발전과 여성 발전 간의 관계가 너무나 신성시되어 아시아에서 성 감별이 확산되는 동안 개발도상국의 학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 P29

라가 부유해질수록 그런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서울에 있는 한국여성개발원의 사회학자 변화순은 1980년대에 한국에서 성별선택이 성행할 때 이 문제가 지닌 위협이 먼 나라 얘기라고 생각했노라 고백했다. "나는 교육받은 여성이라면 여아를 선호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내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서툰 사회학자였다." 한국은 1996년에 엘리트 국가들의 단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할 때까지 편향된 출생 성비를 쭉 유지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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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송 변혁기 이론을 여말선초에 적용함으로써 애초의 순수한 의도와 무관하게 영미 학계에서 한국을 중국보다 500여 년 이상 늦춰진 정체된 사회로 이해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당송 변혁기가 동시간대에 우리 역사에서는 10세기 나말여초羅末麗初에 해당하며, 이 시기에 동북아시아 전역에서는 당에서 송으로, 발해에서 요로, 신라에서 고려로 전환되는 막대한 사회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대의 역사적 사실은 왜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고 500여 년이나 떨어진 14세기 말 고려·조선 교체기와 비교되어야만 했을까? 또한 14-15세기 급변기에 세계 제국인 원元의 붕괴로 명과 조선이 각기 향유했던 자국 중심의 문화 운동은 어째서 동시대에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던 르네상스와 비교하면 안 되었을까? 이의 연장선에서 조선의 18세기 문물제도의 재정비를 동시대 계몽주의시대의 흐름과 비교하지 않고, 굳이 ‘문예부흥文藝復興‘으로 상정하여 서구의 14-16세기 르네상스기와 견주는방식도 과연 그 비교 대상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러한 모순점은 지금까지 우리가 설계해오고 만들어온 역사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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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는 ‘반도사‘로 이해되지 않았다. ‘반도peninsular‘라는 개념 자체가 서구 근대 지리학의 용어였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일본이 동북아시아의 보편적인 국제 관계인 조공朝貢ㆍ책봉冊封 체제에 오랫동안 편입되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낸 사고방식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중국을 타자화하여 ‘지나支那‘로 폄하하고 조선을 대륙에서 분리시켜 협소한 영토라는 인식을 퍼뜨린 것이다. 식민지 침탈을 겪던 중국과 망국의 현실을 목도한 조선의 사람들은 일본의 ‘동양관‘에 길들여졌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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