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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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하다. 나는 소란한 것을 좋아하고 소란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미 소란한 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소란해지기 시작한 곳에서는 대부분 내가 그 중심에 있다. 나를 놀리고 조롱하고 멸시하느라 소란해진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건 지겹다. 나는 소란한 곳이 좋다. 타인에 의해 한껏 소란해진 상태라면 더더욱 좋다.

(중략)

소란한 곳에 소란스럽지 않은 인간으로 멈춰 있을 때 나는 가장 안전하다.

<애도의 방식> 中

읽는 내내 어딘가 씁쓸하고

내게 잔잔한 절망을 느끼게 했던 책.

왜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의적절한 내용, 주제가 주는 울림, 그에 지지 않는

캐릭터성이 내포하는 작가들의 뛰어난 글성?

이 정도로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좋은 글을 쓰고,

이런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서

좋기도 하다만 등단을 원하는 나로서는

나는 언제쯤 이들의 발끝만큼이라도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소간 우울했다. ㅎㅎㅎㅎㅎ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그 정도로 작품이 뛰어났다는 거겠지!

그중에서도 좋았던 작품은

대상을 수상한 안보연 작가의

<애도의 방식>과 마지막에 실린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에서>였다.

특히 <애도의 방식>에 대한 평론을 제시한

이지은 평론가의 <복수와 애도, 복수의 애도>라는

글이 참 인상 깊었다.

표현도 표현이거니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찾아 써 냈을지 정말 대단을 감추지 않고 싶었다.

그러므로 이 윤리적 인간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나름의 '애도의 방식'으로 복수와 애도, 그리고 복수의 애도에 도달한 소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나도 어떤 이의 눈에는 누군가를 조악하게 답습하는

흔한 예술 추종자로 비칠까 두려워지는 내용이었고

(이를 노린 걸지도?)

<자작나무 숲>은 몰입감이 대단한 신랄한 소설이었다.

호더 할머니와 손녀의 애증 어린 시선이 절묘하게

잘 표현되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마지막이 조금 아쉽기는 했다.

맨 마지막에 실린 김멜라 작가님의 <이응 이응>은

뛰어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내게 다가오는 현대 소설의 표정이

이러한 것들이라면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있고,

나의 글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볼까?

독자로서, 창작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가 지나면서 계속해서 발간될

이효석문학상 수상집에도 꾸준한 관심을 둬야지.

잊지 않고 찾아보는 수상집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

이 책은 어떤 표정으로 다가왔나요?

당신의 글은 어떤 얼굴을 짓고 있나요?

손을 떨고, 입술을 주무르며

무언가 말하고 싶지는 않나요?

시리다 못해 투명해지는 하늘보다는

어딘가 침침하고 끊임없이 잔비가 내리는

하늘 아래서 글을 써보고 싶지는 않나요?

나에게 이 책이란,

이런 얼굴을 지니고 다가왔기에. ㅎㅎ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학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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