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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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프랑수아즈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책을 읽어 이미 알고 있었다.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보다 우선적으로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표지 디자인이었다.

(박은정 님의 작품!)

소담,이라는 출판사 이름도 귀엽고.

국내 정식 라이센스 계약 도서라 해서 다른 출판사에서는 출판하지 않은 책인가 보다.

찾아보니 14년도에 나온 동명의 책도 있던데, 뭐가 다른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띠지에는 무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가 사랑한 작가라고 쓰여 있는데,

(무려 6학년 때 이 영화를 본 -드럼 선생님 왜 보여주셨어요?-)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명한 작품 주인공의 서사 속 하나로 자리할 정도면 마찬가지로 유명하고 위대한 작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구성은 신기하면서도 탄탄하다. 무려 에세이+소설이다.

에세이를 쓰다가 그다음 장에 소설을 이어서 쓰는 식이다.

(나도 이런 식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일푼으로 파리 생활을 시작한(얻어먹으려는+일 안 하고 사려는) 세바스티앙과 엘레오노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중에 사강이 자신의 삶, 그리고 문학관과 사회관을 소회하는 글이 삽입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든 생각은 하나였다. '말괄량이'

(다소 위험하고(?) 또 당돌한 말일 수 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위대한 작가에게 붙일 칭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괄량이는 말괄량이다.

말 참 안 들으셨을 것 같다. 그러면서 글은 또 잘 쓰고.

부럽고 대단하다.

좋았던 문장이 많았다.



사진 이외에도...

내 인생에는 엄청나게 많은 따옴표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가끔 느낌표(열정)도 있었고, 물음표(우울), 말줄임표(무사태평)도 있었다. 그리고 (편집자가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을) 원고 마지막에 엄숙하게 찍혀야 할 마침표를 향해 날아가던 중 나는 엉뚱한 곳에 착륙하고 말았다.

67-68p

작가의 운명이란 이상한 것이다. 작가는 고삐를 바짝 쥐고 조화로운 걸음걸이에 허리도 꼿꼿이 세워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바람에 갈기를 흩날리며 문법, 통사론, 또는 게으름-이 최후의 거대한 울타리-같은 우스꽝스러운 도랑을 깡충깡충 뛰어넘는 미친 말을 타야 한다. 사람들이 작가라는 직업을 자유로운 직업이라고 부를 때면, 손을 때려줄 상사도 없고, 성적을 매길 사람이 아무도, 정말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자유란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훔치는 것일 뿐이라는 걸, 또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가 자신이라는 걸 생각하면. 도둑맞은 도둑, 물세례받은 살수원, 그것이 우리의 몫이다.

79p

세바스티앵 덕분에 더 잘 알게 된 시인 랭보가 노래한 그 비통한 새벽, 엘레오노르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죽는 것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사랑니일 뿐이다.

117p

어쨌든 다행스러운 것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정하는 것은 이번 정부도, 다음 정부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젊은이들의 뿌리는 이미 자랐다. 그들의 뿌리는 조롱이고 경멸이며, 안타깝게도 아직은 희망이 아니다.

153p

처음에는 끊지 않고 읽기가 조금 힘이 든 작품이었다.

사강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난해하기도 하고, 두 형식이 번갈아 나오다 보니 흥미는 생겼지만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읽기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강 자신에게 남겨진 마음의 푸른 상흔이라면.

(상흔이란 번역이 너무 좋다. 그리고 표지의 글씨 포인트 색도 푸른색이다. 의도하신 거겠지?)

덮이고 잊히고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언젠가 마음에 남았던 푸른 상흔.

푸르게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리도록 아린 상흔으로 자리한 기억과 추억 모두 사강 본인에게는 풍부한 자양분이, 우리에게는 좋은 작품으로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도서만을 전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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